초재선 70여명 이날 오후 모임…중진도 '김성태 사퇴' 깃발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이신영 기자 =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참패의 수습책을 모색 중이지만 '시계 제로' 상태다.
박성중 의원의 메모에서 촉발된 계파 갈등의 불씨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 25일 초·재선 의원들이 모여 당의 진로를 논의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날 중진의원들까지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한국당의 상황은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김 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소집했다. 6·1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원내대책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혁신 작업을 위해 당내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행은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가 대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명의를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날 구성한 혁신 비대위 준비위에 힘을 실었다.
혁신 비대위 준비위는 위원장을 맡은 안상수 의원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안상수 위원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느 편에 유불리가 있지 않고, 당을 위해 최대공약수가 모일 수 있는 혁신 비대위를 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내 고견을 듣고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어 준비위가 순항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준비위가 좌초한다면 혁신 비대위 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당 중진의원들이 김 대행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게 심상치 않다.
심재철·이주영(이상 5선)·유기준·정우택·홍문종(이상 4선) 의원 등은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물어 김 대행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준비위는 즉각 해체돼야 한다"며 "마땅히 책임지고 물러났어야 할 사람이 썩은 자루를 손으로 막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후 국회에서 초·재선 의원 모임이 예정돼 있어 향후 한국당의 진로에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내에서 초·재선 의원(74명) 의원의 숫자가 전체 의원(112명)의 66%에 달해 이날 모임의 결과가 당내 전체적인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초·재선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김 대행 등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의원들이 계파 갈등을 조장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를 축출하려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는 박성중 의원의 메모 내용이 김 대행 등 복당파 의원들의 의중을 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김 대행 사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이날 모임에서 김 대행의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김 대행에 대한 불신임을 표결하는 의원총회를 소집할 태세다.
특히 이들은 전날 김 대행이 혁신 비대위 준비위를 발표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김 대행은 대표 권한대행뿐만 아니라 원내대표 직책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선의 김진태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김 대행이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고 있지도 않은 친박(친박근혜)을 만들어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이런 분에게 배의 키를 맡길 수 없다. 김 대행은 하루빨리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별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원내대표로서의 직책은 인정해야 한다는 '온건파'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김 대행이 지난 21일 의원총회 내용을 존중해 본인이 직접 비대위원장을 선임하지 않고 준비위를 구성하기로 한 만큼 준비위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구 하나 이번 선거 패배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을 탓하고, 연판장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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