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수주의 열풍?…외국인 취업제한, 어학시험 도입 논란

입력 2018-06-25 11:41  

동남아 국수주의 열풍?…외국인 취업제한, 어학시험 도입 논란
말레이, 외국인 식당취업 금지 추진…인니는 어학시험 의무화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동남아 주요 경제국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외국인의 자국내 취업을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국영 베르나마 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쿨라세가란 말레이시아 인력자원부 장관은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지식 식당의 외국인 요리사 신규 채용을 내달 1일부터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기존에 고용된 외국인 요리사들도 올해 말까지만 근무하게 하고 내년부터는 전원 현지인으로 교체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쿨라세가란 장관은 요식업계의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를 낮추고 토속음식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2014년 피낭 주가 '호커(hawker) 센터'로 불리는 야외 푸드코트에서의 외국인 요리사 고용을 금지한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식 음식점과 고급 레스토랑, 5성급 호텔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건비 상승을 우려한 업계의 반발이 거세자 쿨라세가란 장관은 확정된 사항이 아니라 '제안'에 불과하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습을 보였지만, 관련 규제를 확대한다는 입장을 철회하지는 않고 있다.
이웃 인도네시아는 외국인의 취업 절차를 간소화한다면서 동남아에선 처음으로 어학시험을 의무화해 반발을 사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고용 주체나 직위와 무관하게 별도의 취업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지 교육기관에서 6개월 이상 수업을 받고 인도네시아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투자로 진행되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사업 현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불법노동자 문제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에선 이러한 조치가 외국인 투자 유치와 현지 업체의 외국인 전문인력 수급을 방해할 뿐 아무런 실익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르요 술리스토 전 인도네시아상공회의소 회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시험을 치지 않는) 외국인 불법노동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은행가와 기술자 등 전문가에 대한 어학 시험을 도입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실질적 효과보다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일반 대중의 거부감을 의식한 대중영합적 성격이 커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2000년대부터 이슬람 금융과 중국계 자금의 유입이 본격화하면서 급격한 성장을 이뤘지만, 서민들은 물가상승 등으로 생활고를 겪으면서 외국인 불법노동자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인도네시아는 이달 지방선거와 내년 4월 총·대선을 앞두고 에너지 가격을 동결하는 등 노골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재선에 도전하는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외국인 취업허가 간소화로 현지인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게 됐다는 정치공세를 의식해 어학능력 관련 규제를 도입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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