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시위 확산하자 무장경찰 동원해 강경 진압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에서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퇴역군인들의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고 있지만, 당국은 강경 진압으로 맞서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가 25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지난 19일 중국 장쑤(江蘇) 성 진장(鎭江) 시에서 100여 명의 퇴역군인이 시 정부청사로 몰려가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지켜내자! 부정부패를 처벌하라! 우리의 신분과 대우를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철야농성을 하자 다음날 새벽 정체불명의 청년들이 몰려와 충돌이 발생했고 시위대 일부가 다쳤다. 시위대에 폭행을 가한 청년 일부는 시 정부청사로 달아났다.
시위대가 폭행당하는 장면은 메신저 웨이신(微信·위챗) 등을 통해 중국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중국 전역의 퇴역군인이 분노해 진장 시로 몰려들었다. 시위대 규모는 수천 명으로 불어났다.
이에 당국은 다른 지역의 퇴역군인이 시위대로 합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진장 시의 열차 운행을 중단시키고 드론 등을 동원해 시위대를 감시했다.
시위 닷새째인 24일에는 중무장한 무장경찰 2만 명을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여럿 발생했고, 일부는 체포됐다.
5천7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퇴역군인은 연금, 주택, 의료보장 등이 부족하다며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해왔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는 2016년 10월 퇴역군인 수천 명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지난해 2월에도 수백 명의 퇴역군인이 중앙 정부 건물을 둘러싸고 격렬한 시위를 했다.
지난달 광둥(廣東) 성 뤄딩 시에서는 베이징으로 청원하러 가려던 퇴역군인이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공격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1천여 명의 퇴역군인이 광장으로 몰려들어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퇴역군인사무부'를 신설해 퇴역군인의 복지와 취업 알선 등을 담당하게 했지만, 이 같은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의 퇴역군인은 한 달에 우리 돈 30만 원에도 못 미치는 생계 수당만을 받고 있으며, 대부분 관사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변변한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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