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이 투병 중 내놓은 산문집 '사소한 부탁'

입력 2018-06-25 16:52  

황현산이 투병 중 내놓은 산문집 '사소한 부탁'
번역서 '말도로르의 노래'도 함께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73) 고려대 불문학과 명예교수가 고된 암 투병 중에도 두 번째 산문집과 불문학 번역서를 한꺼번에 펴냈다.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으나, 암이 재발하면서 건강 악화로 두 달여 만에 사직해 주변을 안타깝게 한 바 있다. 그는 병세가 나빠지는 와중에도 번역 작업 마무리에 매달리고 편집자와 의견을 나누는 등 책 출간에 열의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첫 산문집 '밤은 선생이다'에 이어 5년 만에 내는 이번 산문집은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난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쓴 글들을 모았다.
그는 25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문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하고 문학을 통해 미래를 전망하는 글들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힘겨운 투병으로 기력이 쇠한 듯 말을 더 길게 이어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책 속에 적은 머리말에서 그는 "나는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물어왔다. 특히 먼 나라의 문학일 뿐인 프랑스 문학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늘 고뇌해왔다. 내가 나름대로 어떤 슬기를 얻게 되었다면 이 질문과 고뇌의 덕택일 것이다. '밤이 선생이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비평집) 이후에 썼던 글을 묶은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 고뇌의 어떤 증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책 속에 담긴 글들은 우리 사회에서 눈에 띄는 현상들의 의미나 배경을 과거 정치·문화사에 비춰 짚어낸 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지난 정권하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훼손된 현실을 비판하는 글들이 눈에 띈다.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사는 세계를 지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옥은 진정한 토론이 없기에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곳이다. '아 대한민국'과 '헬조선' 사이에서 사라진 것은 토론과 그에 따른 희망이다. 지옥에 대한 자각만이 그 지옥에서 벗어나게 한다. '헬조선'은 적어도 이 지옥이 자각된 곳이다." (156쪽, ''아 대한민국'과 '헬조선'' 중)
'한글날에 쓴 사소한 부탁'이란 글에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올려놓을 것과 '한컴오피스 한/글'의 맞춤법 검사 기능을 섬세하게 다듬어줄 것을 관계자들에게 부탁한다.
"언어는 사람만큼 섬세하고, 사람이 살아온 역사만큼 복잡하다. 언어를 다루는 일과 도구가 또한 그러해야 할 것이다. 한글날의 위세를 업고 이 사소한 부탁을 한다.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한다." (97쪽)
책 후반부에는 영화 '곡성'과 '콘택트'에 관한 문화비평을 비롯해 시인 김혜순·김개미·천양희·신철규 등의 시집과 소설에 관한 평론이 담겼다.
이번에 함께 출간된 그의 번역서는 프랑스 시인 로트레아몽(1846∼1870)의 '말도로르의 노래'(문학동네)다.
그는 이 작품을 "가장 격렬한 낭만주의, 가장 격렬한 청소년기 반항의 기록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3년 전 처음 암 판정을 받았을 때 번역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매달린 번역 작업이다.
로트레아몽은 보들레르와 마찬가지로 악을 예찬한 시인이다. 1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아라공, 수포, 브르통 등 초현실주의자들로부터 '저주받은 천재의 광기와 독창성이 빚어낸 걸작'으로 재평가되면서 유명해졌다. 브르통은 로트레아몽을 가리켜 '무결점의 선배'로 추앙하며 그의 작품들에서 초현실주의 미학의 모체를 끌어냈다.
'말도로르의 노래'는 총 6편의 노래로 구성된 장편 산문시다. 창조주와 인간을 향한 말도로르의 잔혹한 복수와 반항이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상상으로 그려진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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