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평택시대] ② 주민들 설렘 반·우려 반(끝)

입력 2018-06-27 05:43  

[주한미군 평택시대] ② 주민들 설렘 반·우려 반(끝)
부동산·상권 '제2의 이태원' 기대…미군 철수 논란에는 걱정

(평택=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지 73년 만에 용산을 떠나 평택으로 둥지를 옮기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부동산 업자와 상인들은 캠프 험프리스(K-6)를 품은 평택 팽성읍 일대가 '제2의 이태원'이 되리라 기대하면서도 남북 및 미·북 관계의 급속한 개선에 따라 주둔 병력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용산 주한미군사령부 이전을 나흘 앞둔 24일 찾은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캠프 험프리스 정문 인근에서는 대규모 오피스텔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현장 안전펜스에는 '제2의 이태원', '미군 주택과에서 월 임대료 지급', '안정적인 임대수익' 등의 문구가 붙어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도래했음을 느끼게 했다.
이 오피스텔 말고도 수백 가구 규모의 오피스텔 3곳이 서로 멀지 않은 거리에서 동시 공사 중이었고, 렌털 하우스 목적의 4층 규모 주택 공사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오피스텔 홍보관 관계자는 "분양은 진작에 모두 마쳤으며 올해 1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렌털을 시작할 것"이라며 "주둔하는 병력의 규모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부동산 시장 전망이 밝다"라고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반면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부대 내에 대규모 숙소가 건설되고 있어서 렌털 하우스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근래에 이 지역 부동산이 우후죽순 개업해 시장 상황이 악화했다"라고 진단했다.
지역 상권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낮 시간 대여서 주변을 지나는 미군이나 시민은 많지 않았다.
다만, 술집과 햄버거 가게, 군장점 등이 밀집한 이른바 '로데오 거리'에는 공방거리, 커뮤니티·예술인 광장 등을 조성하기 위한 기반시설 정비 공사가 한창이어서 주한미군 이전으로 인한 변화 분위기가 감지됐다.
6년째 이곳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한 박모(50)씨는 "주한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상점 일대가 공사판이 됐지만 지역경제가 업(Up) 될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다"라면서도 "다만, 현재까지는 미군기지 내에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그런지 주둔 병력이 지역 상권으로 유입되지는 않고 있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북 관계 개선·북한의 비핵화·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과 함께 불거진 주한미군 철수설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지역 주민들은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에 모두가 환영의 뜻을 나타냈는데, 미·북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된 이후 갑자기 주한미군 철수 얘기가 나오니 황당하다"라며 "상인들은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 입장이고 대체적으로 '설마 미국이 실제로 그런 결정을 내리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 효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사무국장은 "주한미군 기지 내에 주거·편의 시설이 모두 있는 데다 서울 등으로의 이동이 편리하기 때문에 주둔 병력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라며 "경제효과를 논하기 이전에 미군 주둔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과 불안감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평택시 한미협력사업단 관계자는 "시는 2014년 미군기지 이전대책 TF를 꾸려 미군과 시민이 어우러지는 도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주한미군 평택시대를 도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한미군은 오는 29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신축한 사령부 건물에서 청사 개관식을 한다.
주한미군 용산 주둔 73년 역사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주한미군 병력 규모는 2만8천500여 명이다. 여러 구성군 가운데 지상군인 미 8군사령부는 작년 7월 평택으로 먼저 이전했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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