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 사적 영역에서 시민의 품으로…재정낭비 비판도 피해
(전국종합=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華城)의 서장대(西將臺)에서 팔달산 둘레길을 따라 경기도청으로 향하다 보면 모더니즘 건축양식의 2층짜리 순백색 게스트하우스(수원시 화서동)를 만날 수 있다.
5개 객실에 전시관 3실(118㎡)과 스튜디오 1실(40㎡)을 갖췄고 잔디밭 건너편엔 카페건물이 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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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준공된 경기도지사 관사(官舍)를 리모델링해 2016년 4월 문을 연 '굿모닝 하우스'다.
하루 숙박료 5만원의 객실은 지난해 2천46명이 이용했고 잔디밭에서는 41차례에 걸쳐 작은 결혼식이 열렸다.
전시관과 스튜디오를 아우른 무료미술관 '누구나 갤러리'는 13개 개인·단체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권위주의 시대, 관치시대의 산물로 여겨졌던 시·도지사 관사가 게스트하우스, 문화관, 어린이집으로 탈바꿈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제주도는 도지사 관사(제주시 연동)를 개조해 지난해 10월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으로 새단장했다.
1984년 부지 1만5천25㎡에 대통령 지방숙소로 신축된 뒤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3명이 모두 11차례 이용해 '지방 청와대'라는 별칭이 붙여졌던 곳으로 2002년부터 관사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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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1천25㎡), 별관(291㎡), 관리실(224㎡)이 어린이도서관, 자기주도학습센터, 북카페로 각각 꾸며져 주민 사랑방으로 탈바꿈했다.
주부 김세영(33)씨는 "일주일에 1∼2회 정도 온다"며 "도지사 관사로 쓰던 공간이어서 그런지 조경도 아주 잘 돼 있고 가족끼리 나들이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고 만족해했다.
제주도지사 관사와 같은 해 대통령숙소로 지어져 역시 지방 청와대로 불린 부산시장 관사(수영구 남천동)는 옥외정원을 개방해 시민들의 산책과 휴식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1만여㎡ 규모의 옥외공원에는 해송 등 69종의 나무 2만3천여그루가 심겨 있고 미니동물원, 연못, 전망대 등도 마련돼 지난해 이용객이 1만7천여명에 달했다.
인천시는 시장 관사였던 연면적 368㎡의 한옥 주택(중구 송학동)을 2001년 10월부터 인천시역사자료관으로 시민에 개방하고 있다.
인천 역사를 집적하는 곳으로 시사(市史)편찬위원회 기능을 겸하고 있다.
아름다운 정원을 끼고 있어 원래 인천항 개항 후 일본인 사업가의 저택이었다가 광복 후 동양장이라는 서구식 레스토랑으로, 또 송학장이라는 사교클럽으로 쓰였다.
1965년 인천시가 매입해 한옥 건물로 개축한 뒤 1999년까지 관사로 사용했다.
충북도지사 관사(청주시 수동)는 2012년 9월부터 '충북문화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관사 사운데 1937년 지어진 구관(등록문화재 353호)은 도내 대표 문인들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문화작품전시관(175㎡)으로, 1969년 준공한 신관은 갤러리(325㎡)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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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장 관사(남구 신정동)는 22년전인 1996년 어린이집으로 바뀌어 지금까지 쓰이고 있고, 대전시장 관사(서구 갈마동)는 2003년부터 0∼3세 영아 전담 어린이집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경기도 굿모닝하우스(옛 경기도지사 관사) 담당자는 "광역단체장들이 사적인 영역의 관사를 주민에게 돌려줌으로써 권위주의를 벗어나 시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게스트하우스, 문화관, 어린이집 등 공적 영역에 활용되며 재정 낭비의 비판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한양도성 보수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에 따라 옛 서울시장 관사(종로구 혜화동)를 2016년 11월부터 한양도성 전시안내센터로 쓰는 대신 관사를 2015년 2월 종로구 가회동으로 옮겼다.
옛 관사는 일제 말기인 1940년 조선총독부 자문기구인 중추원 참의였던 하준석이 지었으며 1959년부터 20년간 대법원장 공관이었다가 이후 시장 관사로 사용됐다.
(김상현 황봉규 장영은 강종구 최찬흥 기자)
c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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