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전 원장 등 3명 재판에…여야 정치인·진보 인사 사찰한 '포청천' 공작 혐의
권양숙·박원순 해외방문 미행도…원 전 원장 재판혐의 추가
<YNAPHOTO path='AKR20180625144100004_03_i.jpg' id='AKR20180625144100004_2701' title='' caption='MB국정원 정치인 전방위 사찰(CG)[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정치인과 진보 성향 인사 등을 불법 사찰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당시 사찰을 지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사찰에 관여한 국정원 전직 간부들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대북공작국장을 지낸 김모씨 등 국정원 전직 간부 3명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함께 사찰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모 전 방첩국장은 앞서 지난달 3일 재판에 넘겨졌다.
원 전 원장 시절인 2010∼2012년 국정원은 당시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인사들을 상대로 비위나 불법행위를 찾기 위해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사찰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찰 대상에는 봉은사 전 주지인 명진 스님, 야권통합 단체('국민의 명령')를 주도하던 배우 문성근씨 등이 포함됐다. 국정원은 2011년 9월 권양숙 여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미행하기도 했고, 2012년 2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간첩을 막는 활동에 주력해야 할 방첩국 산하 '특명팀'과 대북공작국을 동원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풍문을 추적(일명 데이비드슨 사업)하느라 대북공작금을 예산을 무단 사용하기도 했다.
공소시효가 지나 따로 범죄사실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언론사 간부나 한명숙 전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등도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나아가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 등 당시 여권 인사들도 사찰 대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 2월 대북공작금 유용 사건을 수사하다가 불법사찰 정황을 포착했고, 지난 3월 국정원이 수사 참고자료를 제출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제보를 근거로 "국정원이 '포청천'이라는 공작명으로 당시 야당 정치인이나 민간인에 대해 불법사찰을 진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 등은 특명팀을 활용해 정당이나 직업 등을 가리지 않고 정부 정책이나 국정원에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사찰을 벌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행·감시에 필요한 인력과 차량이나 관련 예산은 위장된 내사명으로 신청하고, 작성된 보고서는 보고 종료 후에 바로 삭제하는 등 사찰 흔적을 철저히 제거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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