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 한걸음 더…후진적 교복규제, 공론화위서 복장·두발 자유화 논의"
"학교운영에 정당인 참여도 신중 검토해야…남북 교육교류 전면확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6일 두 번째 임기 지향점으로 '한 걸음 더'를 내세웠다.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조용한 변화'를 완수하겠다는 취지다.
조 교육감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시민 10만명 또는 학생·학부모·교사 1만명이 제안하면 교육청이 답을 내놓는 시민청원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학생 두발·복장 자유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 일문일답.
-- '조희연 2기' 지향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 2기 지향점은 '한 걸음 더 서울교육'이다. 지난 4년 교육혁신에 집중했다면 앞으로 4년은 혁신교육을 미래교육으로 연결하도록 하겠다. 지난 4년간 기조를 유지하며 조용한 변화를 추구하되 핵심 의제에서는 담대한 변화도 주저하지 않겠다.
-- '담대한 변화'의 의미는.
▲ 교육청 수준의 교육혁신만으로 진정한 변화를 달성할 수 없다. 학교운영·대학입시·학생평가체계 등 초중등교육을 규정하는 국가교육시스템 전반을 변화시켜야 한다. 특히 교육혁신의 완성은 평가혁신이다.
-- 서울시교육청이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 IB 등을 모방해 도입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객관식·단답형 지필 평가가 아닌 과정·수행평가가 폭넓게 이뤄지도록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한국형 바칼로레아'라는 목표를 두고 IB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참고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학업성취를 포착해내는 새로운 창의적인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
--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폐지문제에 대한 입장은.
▲ 교육부가 이 문제에 대해 입장정리를 했으면 좋겠다. 정부가 자사고와 일반고 동시전형 정도만 수용하고 완전추첨제나 자사고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은 논의에 올리지 않았다. 자사고 폐지가 정부 공약인 만큼 반대를 두려워 말고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서울 자사고 23곳이 내년과 후년에 재지정 운영성과평가를 받는다.
▲ 교육부에서 재지정 합격선을 60점에서 70점으로 높이고 시·도 교육청 자율지표를 10% 포함하는 평가기준 개선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렇게 되더라도 교육감이 재지정을 안 하는 방식으로의 자사고를 축소하기는 어렵다.
자사고 제도 폐지를 교육부에 촉구하고자 한다. 제도 폐지를 안 하겠다면 자사고 폐지 권한을 교육감에게 이양했으면 좋겠다. 권한을 주면 선도적으로 단행하겠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한 입장은.
▲ 정부 정책 방향을 선의로 해석해보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풀지 않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교육부 장관이 나서 현재 갈등 국면을 풀어야 한다. 전교조와 교육부가 공식적인 협의 틀을 만들고 교육부는 구체적인 중단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법외노조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고 늦어진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직권취소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 최근 교육정책 추진과정에 교육부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 22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 당선인 간 상견례 자리에서 나를 비롯한 대부분 재선 교육감이 '향후 1년이 교육개혁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담대하게 개혁하고 평가받자고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평가받을 수는 없다. 정부 내 단계적으로 신중히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강력한 교육개혁 요구가 표출돼 기회가 다시 열린 만큼 역사에 남는다는 자세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 선거기간 '편안한 교복'을 공약했다.
▲ 여학생에게 바지 교복을 입게 허용한 서울 중·고등학교가 전체의 87%에 달하는 등 학생들에게 교복 선택권을 폭넓게 준 학교가 이미 많다. (여학생에게) 바지 교복을 못 입게 하거나 겨울철 외투를 규제하는 것은 후진국적이다.
복장·두발을 자유화해도 학생들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교육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복장·두발 자유화를 논의하겠다. 교육청도 적극적으로 안을 내겠다.
-- '시민청원제도'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있었다.
▲ 청와대 국민청원이 국민의 의견을 공공기관에 전달하는 중요한 통로로 정착됐다. 교육영역에서도 시민청원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안건은 시민 10만명이 요청하면 교육청에서 어떤 답이든 내놓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학생·학부모·교사는 (모집단이) 작으므로 1만명 정도가 청원하면 교육청이 검토해 답을 내놓을 수 있다.
-- 학원휴일휴무제 공약을 두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 학원휴무제를 시행하고자 법적 근거 없이 조례 제정을 시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다른) 시·도 교육감과 함께 국회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법 제정에 노력하겠다. 기업형 학원은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상 선행학습 금지 대상에 학원도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해봐야 한다.
-- 지방선거가 끝나 교육부가 가진 초·중등 교육권한의 교육감 이양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 초·중등 교육권한 이양은 정부 공약이지만 선거 이후로 미뤄지면서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본격적인 이양작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이양받은 권한 중 전국 교육청이 공통으로 행사해야 할 부분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협의해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협의회 사무국을 강화해야 하는데 교육청 인력을 과감하게 보내겠다.
-- 학교운영위원회에 정당인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이 논란이 됐는데.
▲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교육감도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당적 보유가 금지돼 있는데 당적이 없어야만 중립성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출마를 고려하는 정당인에게 학운위 참여가 유용성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치성향이 강한 분이 학운위에 참여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발언이나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학교현장에 혼란의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서울시의회가 학운위에 정당인 참여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조례 개정안을 한 번 더 신중하게 검토했으면 한다.
-- 남북교육교류 공약의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밝혀달라.
▲ 남북화해 흐름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아직 상황이 불확실하지만, 남북 교육교류 공간이 전면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1차적으로는 반대급부 없이 기초적인 교육지원을 과감하게 했으면 한다. 이후 남북한 학교 자매결연이나 수학여행 등도 가능할 것이다.
학생들이 편견이나 우월의식 없이 북한 학생들을 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말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외래어를 번역해 받아들이는 등 우리가 북한에서 배워야 할 점도 있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