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모로코전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 골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스타들이 즐비한 스페인 월드컵 축구대표팀에서 이아고 아스파스(31·셀타비고)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뒤에도 "1분이라도 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사실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된 것만도 꿈같은 일"이라고 했다.
작게만 보였던 아스파스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극적인 골을 넣었다. 그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아스파스는 26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후반 29분에 지에구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스페인은 후반 36분, 유수프 엔-네시리에게 헤딩 골을 허용해 1-2로 끌려갔다.
16강 진출을 확정하려면 한 골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장면이 나왔다.
다니 카르바할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했고, 중앙으로 파고들던 아스파스가 오른발 뒤꿈치로 공의 방향을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스페인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골이었다.
애초 선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하고, VAR(비디오판독)로 판정이 번복되는 복잡한 상황까지 벌어져 아스파스의 골은 더 주목받았다.
영국 BBC는 "아스파스의 멋진 발뒤꿈치 슛, 그리고 VAR이 만든 위대한 골"이라고 표현했다.
스페인은 아스파스의 골로 B조 1위를 차지했다.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23경기 연속 무패 행진도 아스파스 덕에 이어갔다.
사실 아스파스는 월드컵 대표팀 발탁과 탈락의 경계선 위에 있는 선수였다.
아스파스는 2017-2018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득점 4위(22골)에 올랐다.
그보다 많이 득점한 리오넬 메시(34골·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6골·포르투갈), 루이스 수아레스(25골·우루과이) 등 3명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이렇게 국내 리그에서는 최고의 골잡이로 떠올랐지만, 대표팀에 나설 기회는 많지 않았다.
아스파스는 2016년 11월 15일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 교체 출전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번 월드컵에 나서기 전까지 A매치를 단 10경기만 출전했다.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승선도 기대하지 않았다.
아스파스는 대표팀에 뽑힌 뒤 스페인 일간지 라 보스 데 갈리시아와 인터뷰에서 "스페인 대표팀에 뽑히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TV로 봤다. 이번에도 TV로 월드컵을 즐길 줄 알았다"며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기뻐했다.
아스파스는 16일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32분 교체 출전하며 월드컵 무대에 데뷔했다. 뭔가 보여줄 시간이 부족했다.
21일 이란전에서는 벤치만 지켰다.
하지만 26일 다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1살에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아스파스는 절묘한 발뒤꿈치 슛으로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추억을 만들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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