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말레이시아 '물값 분쟁' 재점화 조짐

입력 2018-06-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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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말레이시아 '물값 분쟁' 재점화 조짐
말레이 총리 '가격 재협상 필요' 발언…싱가포르 외무부 "협정 준수" 반박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대부분의 생활용수를 수입해 쓰는 섬나라 싱가포르가 공급자인 말레이시아 측의 물값 재협상 가능성 언급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면적이 697㎢로 서울시보다 조금 큰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전부터 인근 말레이시아 영토에서 생활용수를 공급받아왔다.
싱가포르의 용수 관련 협정이 처음 체결된 것은 지난 1927년이다. 당시 조호르 왕국의 술탄인 이브라힘 2세와 영국령 싱가포르 당국 간에 첫 물 공급 협정이 체결됐다.
현재까지 영향력이 미치는 물 공급 협정은 1961년에 새롭게 체결됐고 이듬해 일부 개정됐다.
당시 말레이시아 연방과 싱가포르 간에 체결된 협정에 따라 싱가포르는 하루 2억5천만 갤런(약 9억4천600만ℓ)의 정화 처리되지 않은 원수(原水)를 국경 넘어 말레이시아 측 조호르 강에서 끌어올 수 있다.
대신 조호르는 전체 원수 공급량의 2%에 해당하는 500만 갤런(약 1천890만ℓ)의 정화 처리된 물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가격으로 환산하면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로부터 원수를 1천 갤런(약 3.78ℓ) 당 0.03 링깃(약 8.3원)에 사 오고, 같은 양의 정화된 물을 0.5 링깃(약 138원)에 판매하는 셈이다.
이 협정은 2061년까지 99년간 효력이 있지만, 최근 총선을 통해 정권을 잡은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마하티르 총리는 25일 보도된 채널뉴스 아시아와 인터뷰에서 "갤런당 0.03링깃에 불과한 물 공급가격은 명백하게 터무니없는 것이다. 1990년대라면 수용할 수 있지만 지금 0.03링깃으로 뭘 살 수 있느냐"고 반문한 뒤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물값 재협상 가능성을 암시했다.



또 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도 "(말레이시아가) 공급받는 물값이 너무 비싸다. 이 문제는 싱가포르와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0년 이상 남아있는 협정을 문제 삼은 말레이 총리의 발언에 싱가포르도 즉각 반발했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1962년에 체결된 협정은 양국 정부 간에 맺은 분리 조약에서 인정된 것이며 19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될 당시 유엔에 정식으로 등록된 것인 만큼 양측은 협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가 주도한 말레이와 싱가포르 간 물값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초 체결된 양국 간 협정에는 발효 25주년이 되는 1986년과 1987년 양측이 물값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하지만 당시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1998년에서야 문제를 제기했다. 양국은 4년간에 걸쳐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결렬됐고, 물값 분쟁은 양국 관계에서 부정적인 요소로 부각됐다.
싱가포르는 2003년 외무부 공식 자료를 통해 1천 갤런당 정수비용이 2.4링깃(약 666원)에 달하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정수된 물을 말레이에 공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싱가포르는 말레이 당국이 0.5링깃에 공급받은 물을 시민들에게 3.95 링깃에 공급해 폭리를 취하고 있으며, 말레이에 공급되는 정화된 물의 양이 협정에 명시된 수준을 크게 웃돈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취임 후 막대한 국가 부채 해소를 위해 이전 정부가 추진해온 싱가포르-말레이시아 간 고속철도(HSR) 사업을 취소하기로 한 마하티르 총리가 사업취소에 따른 싱가포르와의 위약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물값 문제를 거론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싱가포르의 전직 외교관인 빌라하리 카우시칸은 "마하티르가 물값 문제를 거론한 것은 고속철도 사업취소 또는 축소를 공식화할 때 싱가포르에 내야 하는 위약금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견제 전략"이라며 "싱가포르가 이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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