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무인운전 놓고 노사갈등…"인력감축·안전 우려"(종합)

입력 2018-06-26 15:06  

서울 지하철 무인운전 놓고 노사갈등…"인력감축·안전 우려"(종합)
8호선서 전자동운전 시범 운영…군자역에선 '스마트 스테이션'
노측 "안전 담보 안됐다" vs. 사측 "미래 먹거리 찾으려면 신기술 갖춰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 지하철의 무인운전·무인역사 시범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다.
사측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선 신(新)기술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측은 인력·안전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앞으로도 곳곳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26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에 지하철 무인운전·무인역사 추진을 중단하고 인력을 충원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서울교통공사가 8호선을 시작으로 2019년 이후 다른 호선까지 전자동운전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지금 열차운행과 관련한 시급한 문제는 5∼8호선 1인 근무를 1∼4호선처럼 2인 근무로 개선하는 것이지 안전 담보를 확보할 수 없는 전자동운전시스템 도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까지 8호선에서 전자동운전(DTO·Driverless train operation)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3월엔 스페인 지하철 운영기관 TMB와 협약을 맺고 무인운전, 터널시설물 자율 점검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노조는 "기관사와 차장이 열차에 탑승하는 것은 운전뿐 아니라 사고예방 즉시 조치를 하기 위해서"라며 "반면 무인운전은 사고 발생 후 사후조치를 해야 하는 시스템인데, 사측이 안전 담보도 확충되지 않은 사후조치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28일부터 군자역에서 시범 운영되는 '스마트 스테이션'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77개 지하철역에 지능형 CCTV,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화재·사고가 났을 때 발 빠르게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은 현재 2∼3인 1조로 이뤄지는 시설물 안전점검을 대체할 수단으로 (CCTV를 통한) 가상순찰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업무 효율화를 꾀하겠다고 한다"며 "가상순찰로 지하철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화재 시 그 어떤 응급조치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과 2년 전 일어난 구의역 참사를 잊었느냐"며 "최소 2인 1조 점검과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현실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우리는 그 끔찍한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서울교통공사 사측은 지하철에 무인운전·무인역사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아니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시험해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8호선에서 전자동운전을 해도 비상시 응급조치와 출입문 개폐 등 운행관리를 위해 기관사가 탑승하게 된다"며 "그간 기술만 도입하고 활용하지 않았던 시스템을 가동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해외 도시철도사업에 진출하려면 신기술을 도입해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노측이 '무인역사'라고 이야기하는 스마트 스테이션의 경우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개체 인식 CCTV 등을 도입해 비상 상황에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신기술 도입의 목적은 안전과 서비스 향상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선 신기술 운영 경험과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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