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ESS' 신사업 진출

입력 2018-06-26 12:00   수정 2018-06-26 14:02

현대차그룹,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ESS' 신사업 진출

핀란드 에너지기업 바르질라와 협력…미래 먹거리 발굴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개발, 미래 유망 분야인 신(新) 에너지 사업에 진출한다.
현대차그룹은 재활용 배터리 ESS 개발 가속화와 사업성 확보를 위해 핀란드의 세계적 에너지기업인 '바르질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에너지 저장장치다.
송·배전, 가정·산업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돼 전력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고 전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한다.
특히 자연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지속성이 떨어지고 발전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연계해 사용된다.
현대차그룹과 파트너십 협약을 맺은 바르질라는 핀란드의 에너지 분야 종합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전 세계 177개국 이상에서 67GW 규모의 발전 설비 용량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ESS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한 ESS 시스템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그린스미스 에너지'를 인수해 ESS 설계·제작·제어 기술력과 글로벌 사업망을 확대했다.
양사는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 제품 개발과 글로벌 사업화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고객에게 판매한 전기차가 폐차될 때 배터리를 회수해 ESS로 변환하고, 이를 새로운 제품으로 에너지 시장에 판매하는 신사업을 벌이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재활용 배터리 ESS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성장 가능성이 큰 신시장을 개척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기차 확산에 따른 배터리 재활용 문제에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 전력저장원인 ESS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과 동반성장이 기대되는 차세대 유망 산업이다.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전기차 재활용 배터리 물량은 2016년 0.1GWh에서 2025년 29GWh로 급증하고 이 가운데 10GWh 가량이 ESS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10GWh는 2만8천가구(4인 기준, 가구당 월평균 전력소비량 350kWh)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자 현대차[005380] 코나 전기차(64kWh) 15만5천대 이상을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전기차 배터리는 까다로운 사용 환경을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설계·제작되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하다.
독일 재생에너지협회(BEE),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등 신재생 에너지 연구기관은 7∼8년 정도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용도 변경해 재활용할 경우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 10년 이상 연장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등록된 자산이어서 회수와 물량 확보가 수월하고, 신규 배터리 대비 가격이 낮다는 것도 재활용 전기차 배터리의 장점이다.
배터리 재활용 ESS는 전 세계적으로 폐기물 재활용 관련 정책적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독일, 영국, 중국 등 주요국들은 제품 생산자에게 폐기물 회수 및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도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구매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는 폐차 시 탈거된 배터리를 해당 지자체에 반납해야 하며 재활용, 분해, 처리 방법에 대한 규정 마련도 논의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ESS 형태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다면 이런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배터리의 잔존가치를 선(先) 보상하는 방식 등으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제철[004020] 당진공장에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아차[000270] 쏘울 EV의 재활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1MWh급 ESS 설비를 구축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실증 시범사업 무대를 확대해 향후 3년 이내에 산업용 ESS 상용화 제품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SS 기술을 고도화하고 사업 경제성을 확보해 '전기차 개발·판매→재활용 배터리 회수→ESS 개발 및 판매·유지·보수'로 이어지는 자원 순환형 사업 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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