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 역사학계 석학들 공동 집필…전 6권 시리즈
'연결'·'상호작용'의 렌즈로 본 세계역사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이탈리아 철학자 베네데토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라고 했다.
이 말이 옳다면 지금의 인류 역사는 어떻게 쓰여야 할까.
미국과 독일의 명문 출판사인 하버드대학 출판부와 독일 C.H.베크 출판사가 함께 기획한 '하버드-C.H.베크 세계사'(민음사 펴냄) 시리즈는 이 같은 물음에 대한 응답이다.
이 시리즈는 '연결'과 '상호작용'이라는 현대적 렌즈로 인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한다. 이는 전쟁이나 정치·경제적 사건 등을 연대순으로 전개하는 기존의 세계사 서술과 차별화한다.
이는 자본과 상품, 사람 그리고 정보가 근대국가를 규정했던 국경을 서슴없이 넘나들며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고 융합하는 '초연결성', '초국주의'라는 현대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대변하는 새로운 역사인식이라 할 수 있다.
복잡다단하게 얽히면서 빠르게 변모해가는 당대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근거를 제공한다.
시리즈는 선사시대와 고대문명을 다룬 '600 이전 초기 문명', '600~1350 농경민과 유목민의 도전', '1350~1750, 세계 제국과 바다', '1750~1870 현대 세계로 가는 길', '1870~1945 하나로 연결되는 세계', '1945 이후 서로 의존하는 세계' 등 총 6권으로 구성됐으며, 각각이 1천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세계 역사학계 두 석학 이리에 아키라 하버드대학 명예교수와 위르겐 오스터함멜 콘스탄츠 대학 교수가 시리즈 전체 구성을 맡았으며, 에밀리 S.로젠버그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캠퍼스 교수, 찰스 S.마이어 하버드대학 교수 등 연구 분야를 달리하는 다수 역사학자가 주제별로 집필에 참여했다.
'하버드-C.H.베크 세계사'는 지난 20여 년간 진행된 새로운 역사 연구의 결산이기도 하다.
세계를 중심과 주변, 선진 지역과 후진 지역으로 위계화하지 않으면서도, 국가와 지역 간의 불균등한 권력관계와 문명 전이의 여러 파괴적 양상을 세밀하게 다룬다.
인종과 민족, 종교와 문화를 다원적이고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파악하고, 이주와 젠더, 생태와 세대, 일상과 의식 등의 주제까지 적절히 소화함으로써 새로운 역사 서술을 선보인다.
이번에 6권 시리즈 가운데 근현대를 다룬 두 권이 먼저 번역돼 국내 소개됐으며,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1870~1945 하나로 연결되는 세계'는 점점 확대되는 전 지구적 연결과 근대성이라 불리는 복잡한 혼합에 동반된 흥분과 불안, 희망, 폭력에 초점을 맞춘다.
17세기 등장한 초기 근대국가를 '리바이어던 1.0'으로,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 사이에 탄생한 근대국가를 '리바이어던 2.0'으로 규정하고, 근대국가 건설을 향한 열망을 역사를 추동한 힘으로 파악한다.
'1945 이후 서로 의존하는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초국적 공동체가 민족국가를 대체하기 시작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60여 년간 세계를 형성하고 움직인 힘을 규명한다.
냉전 시대를 거치며 확장된 미국식 자유시장 질서는 지역적 불평등을 수반한 경제 세계화를 가져왔다. 이는 정치, 사회, 문화, 환경 등 다른 분야들에서도 국경을 초월한 현상과 공통의 관심사, 전 세계 인류의 관점이라는 초국주의를 낳았다.
조행복·이순호 옮김. 1천300쪽. 5만8천원 / 이동기·조행복·전지현 옮김. 1천40쪽. 5만3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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