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장기집권 기반 구축 …"유화·타협 모색할 수도"
의회 단독과반 붕괴, 에르도안에 새로운 정치환경
다음달 국가비상사태 만료…부총리 "해제 시기 결정만 남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선거 승리로 '장기 1인 독주' 체제를 구축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 후 어떤 기조를 택할지에 터키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지난 2년 새 에르도안 대통령은 꿈에도 그리던 대통령중심제 개헌에 성공하고, 이에 따른 대통령선거와 총선거까지 모두 승리하며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그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한 만큼 이제는 통제를 완화하고 반대세력 달래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우선 제기된다.
총선으로 형성된 정치지형으로 타협 필요성도 전보다 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과 우파 야당 '민족주의행동당'(MHP)이 구성한 여권 선거연대는 53%를 득표하며 과반 의석을 유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략적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AKP는 총 600석 가운데 295석을 확보해 단독 과반이 붕괴했다. 여권 연대의 의석 점유율은 65%에서 57%로 떨어졌다.
쿠르드 분리주의 연계 혐의로 의원 11명이 구속된 '인민민주당'(HDP)은 의회에서 축출되기는커녕 67석으로 의석을 늘렸다.
환율 비상, 고물가, 외채 부담 등 터키 경제의 뇌관을 제거하려면 최대 투자자인 유럽과 관계 개선도 절실하다.
올해 들어 4개월간 외국인 직접투자가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22%나 급락, 외국인 투자심리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여기다 내년 3월에는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터키산업경제협회(TUSIAD) 소속 케말 키리슈지 선임연구원은 25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 웹사이트 기고문에서 "새 의회 구성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덜 우호적이며, 새로운 환경"이라고 진단하고, "이런 현실이 과거보다는 다원적인 정치가 전개될 여지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기조 변화를 판단하는 첫 시험지로 국가비상사태 해제 여부를 꼽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년 전 쿠데타 직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회 전반을 강력히 통제했다.
다음 달 19일에 일곱 번째 연장한 국가비상사태가 만료된다.
국가비상사태가 해제된다면 이에 근거해 투옥된 정치인, 전문가, 언론인, 활동가, 대학생 일부가 석방될 수 있다.
키리슈지 연구원은 "국가비상사태가 해제되고 테러 연루 혐의 수감자들이 일부 풀려난다면 통합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터키 정부도 국가비상사태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베키르 보즈다으 부총리는 25일 TV에 출연해 "선거를 마무리하고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한다는 의지가 명확하고, 이제는 시기 결정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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