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중이라 소방설비 전혀 없어…발화지점인 지하는 미로"
(세종=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세종시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3명이 숨진 것과 관련, 인화성 물질에서 내뿜는 유독가스와 칠흑 같은 어둠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오후 1시 10분께 세종시 새롬동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펑'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와 화염이 치솟으면서 손 쓸 틈도 없이 내외부로 확산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시공사인 부원건설과 하청업체 투입 근로자 169명이 에폭시 작업 등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근로자는 내부에서 페인트 작업을 병행했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장마가 시작된 이날 에폭시 작업을 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주차장 바닥 등을 칠할 때 하는 에폭시 작업은 비가 오면 습기 때문에 바닥이 마르지 않아 가급적 삼가는 공정이다.
A사 대표는 "에폭시는 가연성 물질인 시너 성분 등이 포함돼 있어 반드시 환기를 시키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며 "비가 오면 환기도 안 되고 바닥에 가라앉아 작은 불티에도 폭발위험이 있어 감리가 부실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방시설이 전혀 없는 데다 스티로폼 등 유독가스를 내뿜는 가연성 건축자재가 많은 것도 인명피해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임동권 세종소방서장은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고, 내부 가연재가 너무 많았다"며 "가연재는 단열재가 많다 보니 유독가스 발생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임 서장은 이어 "그러다 보니 건물 내부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방향을 잡을 수 없었을 것이고, 연기로 인한 희생자가 많았다"며 "소방대원들의 활동도 굉장히 위축돼, 소방관이 앞으로 1m 나가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화재 완전 진압이 5시간 넘게 걸린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임 서장은 "불이 난 아파트는 신축공사 중이어서 소방설비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다"며 "때문에 진화와 인명 검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창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순조로운 진화를 도울 소방호스와 스프링클러,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시설 등이 갖춰지지 않았다.
또 내부가 미로처럼 돼 있다 보니 소방대원들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유독가스를 뚫고 들어가야 해 진화와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화재진압을 하던 소방관이 3∼4m 높이에서 미끄러지면서 허리를 다치기도 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건물 내부 곳곳에 각종 유해가스를 뿜는 단열재들이
쌓여있다 보니 인명피해가 컸다"며 "바닥인지 천장인지만 구분할 수 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1시 10분께 세종시 새롬동(2-2 생활권 H1블록)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장 7동 지하 2층에서 불이 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또 3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원건설이 시공하는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24층 7개동(건물면적 7만1천㎡) 규모로, 386가구가 오는 12월 입주를 시작한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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