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찰, 헬리콥터·중화기까지 동원…이웃 슬로베니아 '발끈'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독일이 난민에게 국경을 닫는 상황을 가정하고 오스트리아가 대규모 난민 유입 차단 훈련을 해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왔다고 AP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오스트리아 군과 경찰은 이날 슬로베니아 접경지대인 남동부 슈필펠트에서 난민 유입 차단 훈련을 벌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중화기로 무장한 경찰 수백 명이 군대의 지원을 받아 국경으로 밀려오는 난민들을 봉쇄했다. 하늘에서는 블랙호크(UH-60) 헬리콥터가 지상 상황을 통제했다.
슬로베니아와 접한 이곳은 수도 빈에서 불과 175km가량 떨어져 있다.
2015년 이른바 발칸 루트를 거쳐 대규모 난민이 서유럽에 유입됐을 때 슈필펠트는 난민들이 거쳐 가는 주요 지점이었다. 발칸 루트 폐쇄 이후로는 이곳으로 들어오는 난민들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200여 명의 경찰간부 후보생들은 철조망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며 국경 봉쇄에 항의하는 난민 역할을 맡았다.
극우 자유당 소속의 헤레베르트 키클 내무장관은 "유사시에 국경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없다면 국가는 신뢰를 잃는다"며 "이번 훈련은 합법적이며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파 국민당과 극우 자유당으로 이뤄진 오스트리아 연립정부는 지중해 루트도 차단하고 EU 경계 밖에 난민 수용 시설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서유럽에서 난민에 가장 강경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연정 파트너인 기사당과 난민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기사당을 이끄는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다른 EU 국가를 거쳐온 난민을 국경에서 돌려보내야 한다며 메르켈 총리에게 관대한 난민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 안팎에서는 연정이 해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오스트리아가 독일 정치 상황을 명분으로 국경에서 대규모 훈련을 하자 슬로베니아는 즉각 반발했다.
슬로베니아 정부는 "솅겐 지역에서 유럽인들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우리 군과 경찰이 이미 충분히 EU 경계를 지키고 있다"며 이런 훈련이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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