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디오프랑스필 연주로 작품 세계 초연한 작곡가 정진욱

입력 2018-06-27 06:01   수정 2018-07-04 21:14

[인터뷰] 라디오프랑스필 연주로 작품 세계 초연한 작곡가 정진욱
유럽서 주목받는 25세 신예 현대음악가…퐁피두센터 주최 음악제 공식초청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의 연주로 현대음악 작품 일반에 선보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현대음악은 듣기에 편안하지는 않아도 자유롭고 특색이 강한 장르에요. 많은 분께 그 독특한 매력을 알리고 싶습니다"
작곡가 정진욱(25·오스트리아 그라츠음대 석사과정 재학)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상카트르 공연장에서 자신의 작품 '언-이레이징'(Unerasing)의 세계 초연을 했다.
2년 전 작곡 당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의 연주로 녹음을 하긴 했지만, 일반 관객들에게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주는 프랑스 최고의 관현악단으로 꼽히는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지휘는 현대음악 전문 지휘자로 명성을 쌓은 페터 룬델이 맡았다.
프랑스 국립퐁피두센터의 현대음악연구소인 이르캄(IRCAM)이 매년 주최하는 음악제 '마니페스트'에 공식초청을 받은 정진욱은 이날 스페인·영국·미국·터키·중국 등지에서 온 9명의 다른 젊은 현대 음악가들과 함께 작품을 선보였다.
'마니페스트'가 야심 차게 기획한 젊은 작곡가 발굴 프로그램에는 대부분 30∼40대 작곡가들이 초청된 데 비해 정진욱은 한국 나이 25세로 가장 어리다.
그가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의 연주로 선보인 '언-이레이징'은 현대음악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간단히 정의하거나 설명하기는 어렵다.
정진욱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파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작품 제목이 '지우는 행위'(erasing)의 반대 행동을 뜻한다면서도 치욕스러운 역사를 지우려는 세력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전래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의 멜로디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비트를 덧입히고, 관현악단의 다채로운 악기들의 특성을 활용해 풍자와 위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특히 '강남스타일'의 박자를 넣은 것은 풍자와 패러디의 의미도 있지만,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전석 매진으로 현대음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준 파리의 관객들도 어느샌가 리듬을 느끼고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는 등 공연은 성황리에 끝났다.
무엇보다 독일 출신 현대음악 지휘자 페터 룬델,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이면서도 팬층이 두껍지 않은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는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과의 협업은 이 젊은 작곡가에게 귀중한 경험이 됐다. 라디오프랑스필은 지휘자 정명훈이 15년간 음악감독으로 재직한 곳이기도 하다.


현대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작곡가가 라디오프랑스 같은 일류 악단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자신이 만든 음악을 집중적으로 익히게 하고, 음악적으로 교감하는 일은 매우 드문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음악 연주 경험이 풍부한 라디오프랑스 단원들은 작곡가인 정진욱이 원하는 소음과도 같은 듣기 불편한 소리도 거부감 없이 척척 소화했다고 한다.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의 악장으로 활약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33) 등 한국인 단원들과 호흡을 맞춘 것 역시 뿌듯한 경험이었다고.
"작곡가인 저와 지휘자, 그리고 80여 명에 이르는 일급 오케스트라가 협업해 매일 모여 온종일 의견을 나누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무척 행복했어요"
정진욱은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차세대 현대음악 작곡가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을 거쳐 독일 브레멘 음대를 졸업한 그는 독일 칼스루에 국제작곡 콩쿠르, 이탈리아 피렌체 작곡콩쿠르에서 잇달아 그랑프리를 차지하고, 유럽의 여러 음악제에 초청받아 작품을 선보이면서 착실히 작곡가로서의 길을 밟아가고 있다.
이번 축제로 파리에 오기 직전에는 네덜란드 왕립음악원의 젊은 작곡가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7월에는 이탈리아 시에나 음악제에 초청받아 실내악용으로 만든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진욱은 시각예술과 건축 등 비(非) 음악적인 다른 예술에 소리의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자유롭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요. 그게 제가 클래식이 아닌 현대음악을 택한 이유이기도 해요. 누가 들어도 '정진욱 음악이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좋은 작품들로 많은 분의 귀와 가슴을 두드리겠습니다"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이 연주한 정진욱의 '언-이레이징'은 오는 27일 오후 8시(현지시간) 라디오프랑스의 인터넷 라디오(francemusique.fr)에서 들을 수 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