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펀치로 응전" 언급
美와 무역전쟁 발발 앞두고 강·온 메시지 교차 발신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앞으로 중국이 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엄격히 보호해나가겠다는 뜻을 공개 석상에서 천명했다.
이번 발언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중국의 '지식재산권 약탈' 문제를 제기해온 미국 측에 보낸 유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중국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와 함께 중국-프랑스 기업인 좌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리 총리는 프랑스 기업이 중국 측과 첨단 산업 분야 협력을 원할 경우를 상정한 질문에 "중국은 프랑스 기업이 중국에서 첨단 기술 분야의 협력에 나서는 것을 두 팔을 벌려 환영한다"며 "중국은 엄격하게 지식재산권을 보호해나가는 한편, 절대로 강제 기술 이전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리 총리의 이번 발언은 형식적으로는 프랑스 총리 및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것이지만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메시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우리 문화에서는 (한 대 맞으면) 펀치로 응전한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에 대한 직접 반격을 경고했다면, 이번에는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총리의 입을 빌려 미국이 우려하는 지식재산권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일 수 있다는 온건한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예고한 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내달 6일부터 부과될 예정인 만큼 미·중 양국이 물밑에서 막판 타협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 및 남용 문제를 주된 명분으로 삼아 대중 무역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정당한 대가를 내지 않고 미국 기업의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투자나 인수합병 등을 계기로 삼아 미국 기업의 기술을 넘기라고 부당하게 요구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지난 15일 미국 정부가 발표한 25% 관세 부과 대상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은 1천102개 품목에 달한다. 여기에는 중국 당국이 이른바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 공학, 신소재·자동차 등 첨단 기술 제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와 별도로 미국 정부는 중국으로의 부당한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계 자본이 정보통신(IT) 등 미국의 첨단 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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