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중국어로 된 한 장의 성명서 때문에 말레이시아 다수민족인 말레이계와 중국계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림관엥 말레이시아 재무장관은 지난주 쿠알라룸푸르 툰 라작 익스체인지(TRX) 빌딩 건설과 관련한 성명을 말레이어와 영어, 중국어로 동시에 발표했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상당한 반발을 불렀다.
정부 업무와 관련해선 공식언어인 말레이어를 사용하고, 필요하면 영어 번역을 함께 제공한다는 기존 원칙을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현지 정치권에선 중국계인 림 장관이 말레이계 우대 정책으로 차별을 받아 온 중국계의 권익을 확대하려고 의도적으로 중국어 성명을 함께 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림 장관은 논란이 거세지자 "종족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면서 "헌법 정신에 비춰 볼 때 중국어나 다른 언어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박했다.
말레이시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계는 다수민족인 말레이계(50.1%)의 견제 때문에 상권의 80%를 장악하고도 정치권력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다.
중국어 성명으로 인한 파장이 커진 데는 지난달 총선에서 참패해 야당으로 전락한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이 중국계가 정치까지 넘본다는 말레이계의 불안감을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다.
림 장관은 지난달 재무장관직에 오르기 이전 10년간 피낭 주 수석장관을 지내면서 종종 중국어로 성명을 냈지만 특별한 논란을 겪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는 림 장관의 중국어 성명 논란에 대해 "작은 실수에 불과하며, 이걸 문제로 삼고 싶지 않다"면서 "그는 중국계 청자를 위해 중국어 성명을 냈을 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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