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저는 스크린 속 제 모습에 만족했어요. 반감이 드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다음 달 4일 개봉 예정인 이준익 감독 신작 '변산'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인물은 배우 김고은이다.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도깨비'에서 보여준 청순·발랄함 대신 다소 둔해 보일 정도로 살이 오른 모습으로 관객의 시각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김고은은 주인공 '학수'(박정민 분)의 고교 동창이자 면사무소 직원인 '선미' 역을 소화하기 위해 무려 8㎏을 찌웠다고 한다.
27일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고은은 체중을 늘린 덕분에 촬영하면서 '먹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다고 고백했다.
"정말 행복했어요. 저는 먹는 것에서 행복을 정말 크게 느끼는 편이거든요. 밤늦게 먹고 부어도 상관없고, 또 부은 게 더 좋기도 하고. 오히려 제가 살이 좀 빠져 보이면 다들 한마디씩 했어요"
이준익 감독이 김고은에게 증량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살을 찌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캐릭터를 연구하는 데 선미가 그렇게 예쁜 모습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미보다는 학수가 짝사랑하는 미경이가 오히려 더 예쁜 모습으로 보여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살을 찌워야겠다고 생각했죠"
시키지 않아도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살을 찌운 그녀에게 이준익 감독도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다만, 급격히 체중을 늘린 후 다시 본래 몸무게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은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식단을 짜서 살을 뺐는데 갑자기 못 먹게 되니까 그 자체가 슬펐어요. 두 달 동안 '나는 왜 사나.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안 행복하다'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살을 뺐어요"
올해 27살인 김고은이 중견 연기자가 되기까지 따라붙을 훈장 겸 꼬리표는 영화 '은교'와 드라마 '도깨비'다.
데뷔작 '은교'에서 주연을 맡아 강렬한 모습을 보인 덕에 주연 자리를 꿰찬 신인 여배우에게는 '제2의 김고은'이라는 표현이 관용어구처럼 붙는다.
"'제2의 김고은'이라는 표현은 그만 써주시면 좋겠어요. 너무 부끄럽거든요. '아가씨'랑 '버닝'은 봤고, '마녀'는 아직 못 봤어요. 첫 작품에서 큰 역할을 맡아 잘해내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저도 그분들을 응원하죠"
지난해 도깨비로 절정의 인기를 누린 이후 후속작을 고민하던 그녀가 '변산'을 선택한 이유는 본인에게도 '힐링'이 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깨비'가 끝나고 저에게도 힐링이 될만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어떤 욕심을 낼 수 있는 작품보다는 내용이 즐겁고 함께 역할을 배분해서 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변산'이 딱 적절한 타이밍에 제안이 온 것 같아요"
영화 속 '선미'는 노을을 주제로 '노을 마니아'라는 수필집을 펴내 문학상을 수상한다. 문학 작가답게 선미의 대사는 유독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김고은이 선미의 대사를 보면서 '왜 나는 이렇게 말을 못할까'라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그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선미의 대사로 '값나가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후지게 살지는 말어'를 꼽았다.
"그 말 자체가 주는 느낌이나 의미가 제일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계속 기억하고 싶고, 기억해도 좋을 것 같은 대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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