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논란' 단체장 바뀔 때마다 '번복'…사회비용 낭비 비판
광주혁신위원회 "당선인이 조속한 시일 내 결정"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지난 16년 동안 논란을 거듭하다 우여곡절 끝에 민선 6기 막판에 사업 추진이 결정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문제가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수위원회 격인 광주혁신위원회 토론을 4차례나 지켜본 이용섭 당선인이 '유럽의 트램(노면전차) 등을 직접 체험하고 나서 계속 추진 또는 방식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또다시 지역 사회가 찬반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된다.
광주혁신위원회 조호권 환경교통안전분과위원장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10여일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문제를 결론짓기에는 시간·내용적으로 애로가 있다"며 "4번의 논의 과정에 참여한 당선인에게 '현안을 조속히 결정해 시민 행복지수를 높여야 한다'는 보고서로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분과위원회는 '끝장토론'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철도 2호선 문제를 매듭짓고자 수차례의 회의를 거쳤다.
하지만 지하철 건설을 반대해온 시민단체 대표가 분과위원으로 참여해 기존의 저심도 방식 대신 '트램'이나 '땅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주장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 전체적으로 민선 6기 때 결정된 저심도 방식의 도시철도 건설에 여론이 쏠리는 형편이다.
조 위원장은 "463건의 시민 제안 중 도시철도 2호선에 관한 것이 230건 정도로 그중 220건은 건설을 조속히 해달라는 것이고 나머지 10명이 다른 의견이었다"고 소개했다.
조 위원장은 또 "4명의 위원 중 대체로 저심도로 진행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더 있다"고 밝혔다.
저심도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하지만 도시철도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인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 변원섭 대표가 분과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줄기차게 저심도 방식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위원장은 "이 당선인이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시장으로서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유럽의 트램 등이 정착된 지역을 직접 체험해보고 이른 시일 안에 사업의 중단이냐 다른 방식이냐 등을 결정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처럼 광주혁신위원회가 민선 6기 때 우여곡절 끝에 저심도 방식으로 결정한 것을 단체장이 바뀌자 또다시 사업 재검토를 거론하는 데 대해 비판 여론도 거세다.
광주시는 차량 발주 업무를 지난 3월 잠정 중단한 상태지만, 이미 254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오는 12월 또는 내년 초 2호선 1구간 공사를 시작한다는 목표로 행정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특히 트램이나 BRT가 예산을 아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도로망 단절이나 교통체증 심화 등 치명적 약점이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광주지역 한 교통 관련 기관 관계자는 "지난 16년간 치열한 논란과 협의를 거치고 민선 6기 들어 겨우 저심도 방식의 도시철도 방식을 결정했는데 단체장이 바뀌자 또다시 원점 재검토를 거론하는 것은 점령군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며 "그동안 논의 과정에서 들인 사회적 비용과 예산은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한편 광주혁신위원회 환경교통안전분과위원회는 이날 브리핑에서 광주천과 인근 관광자원을 연계한 문화관광벨트 조성, 송정역 복합환승센터 건립 추진, 민간공원 특례사업 공공성 확보 추진, 미세먼지 관리 위한 거버넌스 구축 방안 마련 등을 제시했다.
kj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