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MB 정부 정보경찰 정치 관여 의혹 철저히 수사해야

입력 2018-06-27 18:09  

[연합시론] MB 정부 정보경찰 정치 관여 의혹 철저히 수사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정치 관여나 불법 사찰을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건 130여 건이 경찰 자체조사에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문건은 검찰이 지난 1월 이 전 대통령의 비리 수사과정에서 서울 강남 영포빌딩 지하 2층 비밀창고를 압수 수색해 확보한 3천여 건의 청와대 문건 중 경찰이 작성한 보고서 중 일부다. 보고서가 불법 사찰 의심을 사면서 지난 3월 꾸려진 경찰 자체 진상조사팀은 3개월간의 조사 끝에 문제 소지가 있는 것들을 가려내 27일 경찰청 수사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의 형사 처분이나 중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진상조사팀은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 목록 412건을 확인한 결과 이 중 60여 건이 문제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경찰청 정보국은 '현안 참고자료'란 표지 아래 '촛불시위 직권조사 과정에서 경찰청장에 대한 경고를 권고한 국가인권위 인적 쇄신 필요', '각종 보조금 지원 실태를 재점검해 좌파 성향 단체는 철저하게 배제, 보수단체 강화', '좌파의 지방선거 연대 움직임 및 대응 방안' 등의 제목으로 보고서를 만들어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뜻 제목만 봐도 불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조사팀은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정보국이 일상적으로 생산한 문서 중 70여 건도 같은 이유로 수사 의뢰했다. 다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근무자들이 전직 대통령 신변보호 차원 활동이었다고 한다"고 밝히고 관련 문건도 목록 중 1건밖에 없다면서 가능성이 작음을 시사했다.

문제의 경찰 보고서 130여 건의 작성자와 지시자, 작성 경위 등은 이제 정식 수사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검찰도 현재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만큼 이번 사건의 수사 주체를 누구로 할지는 검경이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찰 내부 조직인 수사국의 수사로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규명될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쪽이 수사 주체가 되든 경찰의 불법 행위 여부는 명확히 밝혀야 한다. 청와대나 다른 정부 기관이 경찰 보고서대로 실행했는지도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경찰청 정보국은 입장문을 내 "경찰이 인권보호와 정치적 중립의 가치를 세우지 못하고 국민 신뢰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낡은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로 삼고 향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연한 반성과 다짐이지만 왠지 미덥지가 않다. 경찰이 과거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비슷한 다짐을 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정권에 충성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본연의 업무다. 경찰이 이번 다짐만큼은 꼭 실천해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바란다. 공정한 경찰, 신뢰받는 경찰로 변모하지 않으면 검경 수사권 조정도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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