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27일 오후 열릴 예정이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당일 오전에 연기됐다. 이낙연 총리가 보고 내용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문 대통령에게 회의 연기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형 회의가 이처럼 전격 연기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회의는 지난 1월 22일 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 이후 규제혁신 정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총리의 회의 연기를 수용하면서도 본인도 '답답하다'는 심경을 피력했다고 한다.
총리실은 "(각 부처가) 준비하느라 고생은 했지만, 민간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미흡해 내용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회의 연기 건의 이유로 꼽았다. 이번 회의에서 중점토론 안건인 ▲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 개인정보 규제 등 빅 이슈에 대한 추가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문제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큰 성과를 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경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이런 성과가 한낱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경제팀을 대폭 개편한 것에도 이런 인식이 깔렸다. 고용 쇼크가 구조적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깨지고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4차산업 시대에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혁신성장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는 반드시 혁파돼야 한다. 그것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과감하고 신속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혁신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암 덩어리' 등의 거친 표현을 동원하면서까지 규제를 타파하려 했지만 철폐되는 규제보다 새로 생기는 규제가 많았다. 규제로 이득을 보는 쪽에서는 규제혁신을 보호장벽을 헐고 밥그릇을 깨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정치 철학이나 이념까지 뒤섞여 있으니 저항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단단한 각오를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풀기 어려운 혁신과제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을 10번, 20번이라도 찾아가고, 갈등 이슈를 달라붙어서 해결해달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 주재 회의가 전격 연기된 만큼 규제 관련 부처는 다음 회의 때까지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획기적인 규제혁신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공무원의 눈높이가 아니라 정책 수용자인 민간의 눈높이에 맞는, 그런 대책 말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