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NGO "제호퍼 내무장관의 난민 분산수용 반대로 몰타 입항 지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당초 몰타 정부에서 입항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독일 비정부기구(NGO)의 난민구조선의 고초가 길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 등에 따르면 독일 구호단체 '미션 라이프라인'의 난민구조선 '라이프라인'은 27일 오전(현지시간) 배에 타고 있는 난민 수용을 둘러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이견으로 여전히 육지에 닿지 못하고 지중해 상에 머물고 있다.
몰타 당국은 기상이 악화되자 높은 파도에 노출돼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배를 몰타 수역에 진입하는 것만 허용했을 뿐, 몰타 항구로의 입항은 승낙하지 않았다.
'미션 라이프라인'은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전날 몰타가 '라이프라인'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몰타 정부로부터 입항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확인했다.
입항 허용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배에 타고 있는 난민 233명의 분산 수용안에 독일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몰타 정부는 EU 다른 회원국들이 '라이프라인'의 난민을 분담해 데려가는 조건으로 이 배를 자국에 받아들이는 데 합의했지만, 아직 이들 난민의 분산 수용 방안에 대해 해당국들 사이에 최종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입항 통보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라이프라인'에 승선하고 있는 난민들을 일부 수용하겠다고 밝힌 나라는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이다.
이 NGO의 악셀 슈타이어 대변인은 이와 관련,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이 독일이 '라이프라인'의 난민 일부를 수용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제호퍼 장관은 난민 강경책을 밀어붙이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압박하고 있는 인물이다.
슈타이어 대변인은 입항이 계속 늦어지며 '라이프라인'에 타고 있는 난민들의 상당수가 뱃멀미를 겪는 등 이들의 건강 상태도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며, "상황이 악화할 경우 모든 책임은 제호퍼 장관이 져야 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라이프라인'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2주 전 이탈리아와 몰타의 떠넘기기 속에 결국 난민 600여 명을 태운 채 스페인에 입항한 국제 구호단체의 구조선 '아쿠아리우스' 호에 이어 난민정책을 둘러싼 유럽의 분열상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1일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난민 정책을 총괄하는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이탈리아는 더이상 유럽의 '난민캠프'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외국 NGO가 구조한 난민을 태운 선박을 이탈리아 항구에 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 난민 문제를 둘러싼 유럽 각국의 갈등에 불을 댕겼다.
한편, '라이프라인'은 몰타에 입항하더라도 몰타 당국에 압수되고, 선장은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 몰타, 프랑스는 이 배가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난민구조를 일임하라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의 지시를 묵살하고, 직접 구조에 나섬으로써 난민 밀입국업자를 결과적으로 돕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션 라이프라인'은 이런 비난에 대해 난민들이 리비아에 다시 돌아가면 폭행, 고문, 강간 등에 직면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을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넘기는 것은 제네바협약 위반이라며 "우리는 국제법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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