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라인' 난민 분산수용도 새로운 갈등 불씨…기사-사민 이견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에서 난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대연정의 붕괴 우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4시간 동안 열린 대연정 3당 지도부 회동은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끝났다.
가뜩이나 28∼29일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난민정책에 대한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가 집안 단속에도 실패한 셈이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폴커 카우더 원내대표는 회담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라며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난민 강경책을 들고나와 대연정 붕괴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기독사회당의 알렉산더 도브린트 기사당 의원은 "심각한 상황으로, 우리는 회의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안을 명확하게 언급했다"고 말했다.
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장관은 EU 회원국에 망명신청 전력자를 상대로 추방조치를 하는 난민정책을 추진해 메르켈 총리와 충돌했다.
안드레아 날레스 사민당 대표도 회동이 끝난 뒤 "난민정책을 포함해 모든 문제에서 대연정은 매우 긴장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연정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조기 선거를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모른다. 정직하게 말해 (조기선거 여부를) 알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사민당은 최근 조기선거 시 일정과 정책, 후보자 등을 놓고 내부 논의를 한 바 있다.
날레스 대표는 방송에도 출연해 "EU 정상회의에서 성공적으로 난민정책을 도출해야 한다"며 메르켈 총리를 지원사격했다.
제호퍼 장관과 기사당은 지도부 회동 이후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며 메르켈 총리를 압박했다.
도브린트 의원은 공영방송 ARD에 출연해 다음 주부터 난민 강경책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호퍼 장관은 메르켈 총리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EU 정상회의 때까지 정책 추진을 유보하기로 한 상황이다. 도브린트 의원의 발언은 EU 정상회의에서 합의에 실패하면 예정대로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제호퍼 장관은 이날 연방하원 내무위원회에 출석해 독일 구호단체 소속 난민선 '라이프라인'의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으로 오직 선박의 수리를 위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제호퍼 장관은 안 좋은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며 '라이프라인'이 입항할 경우 승무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답변했다.
프랑스 등이 '라이프라인'이 구조한 난민을 주요 회원국에 분산 수용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사실상 이들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셈이다.
'라이프라인'은 지난 21일 지중해에서 아프리카 난민 230여 명을 구조한 뒤 이탈리아와 몰타의 입항 거부로 닷새 넘게 오갈 데 없는 처지에 있다가 겨우 몰타의 입항 허가를 받았다.
반면 사민당 소속인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지난 25일 열린 EU 외무장관 회담에서 '라이프라인'의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사를 보여, 이 문제를 놓고서도 대연정 내 충돌을 예고했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