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예술가 뱅크시, '68' 50주년 맞아 파리 곳곳에 그림 남겨

입력 2018-06-28 05:45   수정 2018-06-28 09:59

거리예술가 뱅크시, '68' 50주년 맞아 파리 곳곳에 그림 남겨
저항과 사회비판 정신 기려…난민 다룬 그림은 훼손되기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영국의 '얼굴 없는' 거리예술가 뱅크시(Banksy)가 프랑스 68운동 50주년을 맞아 그 저항과 사회비판 정신을 기리는 그라피티(graffiti·낙서처럼 그리는 거리예술)를 파리 시내 곳곳에 남기고 사라졌다.
서명이 남아있지 않은 이 그림들은 처음에는 뱅크시를 모방한 아류로 여겨졌지만, 뱅크시 본인이 직접 확인하면서 그의 작품임이 드러났다.
뱅크시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스텐실용 나이프를 들고 마스크를 쓴 채 서 있는 쥐 한 마리를 그린 그라피티를 하나 올리고 아래에는 "1968년 파리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은 지 50년이 흘렀다. 현대 스텐실 미술의 발상지"라고 적었다.
이 그림은 파리의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밖의 도로 표지판 뒷면에 스프레이로 그려진 그라피티다.
스텐실(모양을 파거나 오려낸 뒤 그 구멍에 물감을 넣어 그림을 찍어 내는 기법) 나이프를 들고 마스크를 쓴 모습은 기성체제를 비판하는 뱅크시 본인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뱅크시는 파리 소르본대학 인근에도 붉은 리본을 머리에 단 쥐를 그리고 '1968년 5월'이라고 적은 그라피티도 그렸다.
뱅크시가 말한 '1968년 5월'은 1968년 3∼5월 프랑스의 학생운동 진영과 노동자들이 결합해 사회변혁의 요구가 폭발적으로 분출한 일련의 사건들을 말한다.
프랑스 사회 전반의 보수화와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저항한 68운동 또는 68 학생혁명은 당시 프랑스 정치·사회·문화 전반을 뒤흔들었다.




뱅크시 작품에 표현된 의인화된 쥐는 천대와 멸시를 받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장치로, 뱅크시의 그라피티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소재다.
뱅크시가 이번에 파리에 그린 그림 중에는 난민 소녀가 나치의 문양인 스와스티카를 분홍색 스프레이로 칠해 꽃무늬로 덮어버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도 있다.
세계 난민의 날인 지난 20일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작년 3월 프랑스 정부가 철거한 난민센터 인근 건물 벽에서 발견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집권 후 난민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보수화된 프랑스 사회의 분위기를 비판한 작품으로 해석된다. 이 그림은 뱅크시의 작품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누군가에 의해 파란색 페인트로 훼손된 상태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사회당)은 뱅크시의 그라피티가 파리에 등장한 것을 환영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때로는 이미지 하나가 수천 개의 말과 맞먹는 가치가 있다. (뱅크시의 작품들은) 포퓰리즘이 아닌 휴머니티와 실용주의"라고 찬사를 보냈다.


뱅크시는 아울러 2015년 파리 연쇄테러 당시 90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바타클랑 극장 인근 건물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그림을 남겼다.
뱅크시가 파리에서 이렇게 '기습적으로' 다량의 그라피티를 남기고 사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뱅크시는 이처럼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강렬한 내용의 그라피티를 세계 곳곳에 기습적으로 남기고 사라지는 것이 특기다.
얼굴과 신원을 공개한 적이 없지만, 영국 브리스톨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일렉트로닉밴드 '매시브 어택'의 멤버 로버트 델 나자(52)가 뱅크시라는 것이 정설이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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