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골에 자리 박차고 일어나 환호…"이길 거라 믿었다"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8일 2018 러시아월드컵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만 두 골을 몰아넣어 극적인 승리를 따내자 서울 광화문광장은 순식간에 열광과 환희의 함성으로 가득 채워졌다.
경기가 오후 9시에 시작한 1차전(1만7천 명)이나 일요일 0시 킥오프한 2차전(1만3천 명) 때와는 달리 이날은 경기 시작 시간이 수요일 밤 11시이었던 만큼 광장을 찾은 축구팬은 6천여 명(경찰 추산)에 그쳤다.
다음 날 출근을 의식한 듯 자정을 앞두고 일부는 자리를 뜨기도 했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실낱같은 16강 진출 희망을 안고 그라운드에 나선 태극전사에게 마지막까지 응원을 이어갔다.
특설 무대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서 시종 눈을 떼지 못한 채 응원단의 북소리에 맞춰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쳤다.
많은 축구팬이 대표팀 선수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비롯해 대한민국 축구를 상징하는 붉은 색 의상을 갖춰 입고, 미리 준비한 맥주와 야식을 먹으면서 응원전에 나섰다.
전반 18분 정우영의 위협적인 프리킥 등 우리 대표팀이 상대 골문으로 쇄도하는 장면에서는 아낌없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후반 초반 상대의 헤딩슛을 골키퍼 조현우가 선방하는 등 실점 위기를 잘 넘길 때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후반 중반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인근에서 상대 수비수에 걸려 넘어졌을 때는 페널티킥을 기대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가 오히려 손흥민이 옐로카드를 받자 거침없이 야유를 쏟아냈다.
경기 내내 이어지던 응원 열기는 후반 추가시간 연속 골이 터져 나올 때 극에 달했다.
0-0으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이 비디오 판독 끝에 귀중한 결승골을 따내자 축구팬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곧바로 손흥민이 추가 골을 넣자 광장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거나 서로 부둥켜안은 채 소리를 질렀다.
응원단은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이다가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다시 한 번 광장이 떠나가라 함성을 내질렀다.
비록 16강 진출은 무산됐으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인 한국이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대이변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목격한 축구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자친구와 경기를 지켜본 회사원 조성일(29) 씨는 "솔직히 여기 오면서 승리를 기대하지는 않았다"며 "희망이 없었는데 이렇게 이기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세민(34) 씨는 "우리 대표팀이 이길 거라고 믿었다. 그냥 믿었다"며 "몇 시간 뒤면 출근하는 데도 마지막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활짝 웃었다.
경기가 끝나고도 한참이나 자리를 떠나지 않은 응원 인파는 파도타기 퍼포먼스를 하면서 승리를 만끽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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