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영장 재신청·검사 소환 방침…검경 갈등 심화 조짐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김근주 기자 =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검사 출신 변호사에 대한 경찰의 영장 신청을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아 이 사건을 둘러싼 검·경 대립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울산지방경찰청은 변호사 A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검찰이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고래고기 유통업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하게 하고 압수된 고래고기와 관련 없는 고래유통증명서를 검찰에 제출해 수사기관을 속인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A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법정이 아닌 수사기관에 거짓말을 한 것은 처벌할 현행법이 없고, 고래유통증명서를 근거로 고래고기를 돌려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경찰이 적용한 A씨의 혐의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이 영장을 기각하자 경찰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은 "증거를 조작해 수사를 방해한 경우, 죄를 인정한 판례가 있다"라며 "검찰의 판단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고래고기 환부를 결정한 검찰이 성실히 수사했으나 당시 증거가 허위인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검사가 의도적으로 수사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의 조세포탈 혐의와 접대 의혹 등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또 고래고기 환부를 결정한 검사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 서면 조사 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경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t(시가 40억원 상당) 중 21t을 검찰이 일방적으로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도록 한 결정의 위법성을 따지는 것으로 지난해 9월 고래보호단체가 해당 검사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A씨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 금융계좌 영장, 통신허가서 등을 검찰에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하거나, 축소 발부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주장해왔다.
또 고래고기를 되돌려 주도록 결정한 검사와 지휘 선상에 있던 부장검사 등이 서면질의에 응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이라고 비판해왔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 "적극적으로 사건기록을 제공했고 경찰이 신청한 20건의 영장 중 15건을 청구하는 등 수사에 협조했다"라며 반박했다.
또 "수사기관은 수사가 종결되었을 때 수사결과로 말하는 것이지 그 과정에서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라며 수사 내용을 언론에 수시로 공개하는 경찰의 수사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사건은 특히, 경찰 내 대표적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치안감이 울산경찰청장으로 재직한 상황에서 다뤄져 영장 청구권을 둘러싼 검·경 갈등 사례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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