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줍고 밥 퍼주고 헌혈도…의례적 취임식은 옛말

입력 2018-06-29 07:35  

쓰레기 줍고 밥 퍼주고 헌혈도…의례적 취임식은 옛말
지자체장·교육감 당선인 검소하고 의미 있게…만남·소통으로 임기 시작

(전국종합=연합뉴스) "예산이 많이 들고 직원들에게 업무 부담을 주는 성대하고 의례적인 취임식 대신 주민에게 다가가고 민생현장을 살피는 임기 첫날을 보내겠습니다."
광역·기초단체장과 교육감 당선인들이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임기 첫날 의례적인 취임행사 대신 검소하고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3선에 성공한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당선인은 다음 달 2일 취임식 대신 문화동·산성동 일대에서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대형 폐기물 수거처리에 나선다. 비용과 행정력이 드는 취임식 대신 생활민원 현장을 살핀다는 의지다. 박 구청장은 2012년부터 매달 한 차례씩 폐기물 수거활동에 동참해왔다.
3선에 성공한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 당선인도 2일 아침 수원 구도심 주택가에서 재활용품 쓰레기를 수거하며 새 임기를 시작한다. 시청 대강당에서 시민대표 앞 취임선서를 하는 것으로 취임식을 대신하고, 이후 만석공원에서 저소득층과 어르신 대상 무료급식 봉사를 한다.
3선에 성공한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 초선인 조병옥 충북 음성군수 등은 같은 날 노인복지관을 찾아 배식봉사를 하며 주민들과 만난다.

취임식을 지역발전 비전·정책 발표의 장으로 꾸미는 당선인들도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은 개인적인 행사로 비치는 취임식 대신 다음 달 2일 오후 7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에서 시민대표 7명과 함께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선포식을 연다.
이용섭 광주시장 당선인은 장수 어르신, 워킹맘, 장애인, 다문화 여성, 환경미화원, 학생·청년 대표 등을 초청해 검소하지만 내실 있는 취임식을 연다. 이 자리에서 이 당선인은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지역 현안을 직접 설명한다.
이재수 강원 춘천시장 당선인은 61년 만의 시청 신청사 개청을 기념하며 각종 문화예술 공연으로 취임식을 열어 시민과 함께 희망찬 미래와 제2의 춘천 도약을 꿈꾸는 시민축전의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김대권 대구 수성구청장 당선인은 취임식 대신 '수성구청장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 그 첫걸음'이라는 슬로건의 토크 콘서트를 열어 마이크 하나만 갖고 주민과 소통한다.
초선인 이차영 충북 괴산군수 당선인은 2일 취임식 후 군청을 찾을 대한적십자사 차량에서 헌혈에 참여하며 헌혈운동에 대한 주민 관심을 유도하는 등 이색적인 일정을 계획하기도 한다.
의례적, 형식적인 취임식에서 벗어나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은 다음 달 2일 의정부 경기북부청사에서 '임명식'을 연다. '도민이 주인인 경기도'를 상징하는 차원에서 취임식 대신 임명식이란 명칭을 쓴다.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은 임기 첫날 오전 기존의 권위적 취임행사에서 탈피해 검소하지만 상징성 있는 행사로 '울산광역시 민선7기 출범식'을 준비하고 있다.
송하진 전북지사 당선인은 의전 없이 스탠딩 형식으로 도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연다. 축하 화환을 받지 않기로 했으며, 취임식장에 '소망나무'를 설치해 소망과 염원을 적은 희망종이를 매달도록 한다.

교육감 당선인들은 학생들과의 만남으로 새 임기를 시작한다.
재선에 성공한 이석문 제주교육감 당선인은 다음 달 2일 아침 현직 교사인 배우자 송여옥 여사와 함께 학교 앞에서 등굣길 학생들과 하이파이브하며 인사하는 것으로 새 임기를 시작한다.
같은 날 점심시간에는 제주시 애월고를 찾아 직접 급식 배식을 하고 학생, 교직원과 함께 급식을 먹는다. 고교체제개편 완성, 2학기 고교 전면 무상급식 도입 의지를 반영한 일정이다.
재선에 성공한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인은 같은 날 광명시 운산고를 찾아 학생들에게 '당선증'을 받는다. 이어 2∼6일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취임식, 2기 소통 콘서트'를 연다.
노옥희 울산교육감 당선인은 외솔초 정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으면서 취임 첫날을 시작한다. 이후 첫 업무지시로 교육적폐 청산의 의미를 담아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615명에 대한 징계처분 철회를 지시하는 공문에 서명한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당선인은 현충탑 참배를 한 뒤 인천 청선학교 장애인 학생 등교를 돕는 1일 교사 활동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취임식을 검소하게 열어 아낀 예산을 지원이 필요한 곳에 쓰는 당선인도 있다.
경기 남양주시는 조광한 시장 당선인 뜻에 따라 종이 초청장, 스크린, 가림막, 현수막 등을 없애고 노약자 좌석만 설치하는 등 검소한 취임식을 연다. 이렇게 아낀 예산은 초등학교에 지원한다.
윤화섭 경기 안산시장 당선인은 취임식 예산으로 책정된 1천400만 원 중 400만 원만 써서 취임행사를 검소하게 진행하고, 나머지 1천만 원은 장애인 단체 보조금 등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유기상 전북 고창군수 당선인은 농번기를 맞아 농민들이 농사일을 마무리한 뒤 참석할 수 있도록 일요일인 다음 달 1일 오후 7시 취임식을 열기로 했다.
3선인 최문순 강원지사 당선인, 재선인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 등 별도의 취임식 없이 바로 업무에 매진하겠다는 당선인들도 있다.
(한종구 김광호 김상현 변우열 김재선 임보연 이덕기 최은지 최영수 장영은 이정훈 김도윤 전지혜 기자)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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