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병역거부 논쟁 해소할 대체복무제 도입해야

입력 2018-06-28 18:06  

[연합시론] 병역거부 논쟁 해소할 대체복무제 도입해야

(서울=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입영 거부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그러나 대체복무 조항이 없는 현행 병역법이 헌법과 불합치한다며 늦어도 2019년 말까지 개선 입법을 마련하라고 했다. 요약하면 병역거부에 따른 처벌은 헌법상 정당하지만, 대체복무를 인정 않고 병역거부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체복무를 시행하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지금도 매년 500명 정도가 병역거부로 유죄판결을 받는 현실을 생각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는 반가울 소식이다.

`사실상 위헌 결정'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이번 결정에는 재판관 의견이 4(합헌) 대 4(위헌) 대 1(각하)로 갈렸다고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2004년, 2011년 2차례나 있었지만 모두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온 것에 비춰보면 헌재가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고 볼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우리 사회를 오래도록 뜨겁게 달군 논쟁거리다. `병역거부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과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종교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대립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헌재나 법원의 무게중심은 점차 전자 쪽에서 후자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헌재는 이번에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이 합헌이라는 재판관이 7명에서 4명으로 줄면서 대체복무 도입을 적시했다. 법원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판결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제청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유무죄 판결을 최근 전원합의체로 넘긴 데 이어 오는 8월 30일 공개변론까지 예고했다. 헌재와 법원의 이런 행보는 시대정신과 정서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헌재가 2019년 말까지 입법화하라고 결정함에 따라 2020년 즈음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체복무제는 징병제 국가에서 군 복무 대신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일하는 것을 군 복무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복무가 육체적으로 편하다는 점에서 군 복무보다 복무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갈수록 첨단무기보다 병력 숫자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현대전의 특성에 따라 독일, 대만, 이스라엘 등 세계 주요 나라에서 징병제 대안으로 모병제와 함께 채택하고 있다. 대체복무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해 국방부 등 정부가 그동안 도입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왔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만큼 예민한 사안이 별로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표현에 네티즌들이 `그렇다면 군대 가는 것은 비양심적인가'라고 비아냥댈 정도다. 대체복무에 대해서도 국민개병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하지만 대체복무제 도입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대체복무를 시행할 경우 입영대상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각종 사회복지시설에서의 복무로 우리 사회의 복지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정부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고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체복무제 시행으로 해묵은 병역거부 논쟁이 일단락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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