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난민 강경책 선봉' 살비니 "포퓰리스트, 내겐 칭찬"

입력 2018-06-2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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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난민 강경책 선봉' 살비니 "포퓰리스트, 내겐 칭찬"
CNN 인터뷰…"EU, 비로소 우리 목소리 듣기 시작"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을 분열로 몰아넣고 있는 강경 난민정책의 선봉에 선 마테오 살비니(45) 이탈리아 내무장관 겸 부총리가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라는 수식어가 자신에게는 칭찬이라고 말했다.
살비니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곳곳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포퓰리즘 물결에 찬사를 보내며 "'포퓰리스트'라는 말은 보통 모욕적 의미로 사용되지만 나에겐 칭찬"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중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도시와 광장, 역과 병원을 다니는 장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내겐 의무이자 기쁨"이라고 설명했다.
극우정당 '동맹'의 수장인 살비니 장관은 지난 3월 실시된 총선에서 반(反)이민, 반이슬람 구호를 앞세워 17.4%의 표를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이후 약 33%를 득표한 반체제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를 출범시키며 정권의 중심축이 됐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선거 공약이던 강경 난민 정책을 즉각 실행에 옮기며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던 난민 문제를 다시 EU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시켰다.
살비니 장관은 포퓰리스트와 우파 정당이 승리를 거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최근 이탈리아·오스트리아 선거의 교훈은 "대중은 정체성, 안보, 일자리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난민 사태의 통제 불능을 원하는 '자본 독재'에 맞서 대중이 아름다운 저항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 비정부기구(NGO) 난민구조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잇따라 거부하며 주변국과 외교적 갈등을 촉발한 장본인이기도 한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EU의 지도자들은 난민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난민 문제에 관한 한 EU 지도자들이 몇 년 동안 이룬 것보다 이탈리아 새 정부가 지난 몇 개월 동안 한 일이 더 많다"며 "듣기 좋은 말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이탈리아 정부의 행동으로 비로소 유럽이 우리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스페인이 (난민문제에) 개입했고, 몰타와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도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제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 등이 운영하는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가 지중해에서 구조한 난민 630여 명을 태운 채 이탈리아로 들어오려 했으나, 살비니 장관의 거부로 결국 스페인이 수용했고, 이어 난민 200여 명을 실은 독일 NGO의 난민구조선 '라이프라인'은 몰타로 입항한 최근의 일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살비니 장관은 그러면서 '아쿠아리우스' 사태 당시 자신을 "무책임하고, 냉소적"이라고 비난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다시 한 번 정조준했다.
그는 "마크롱은 (유럽의 연대, 난민의 인권 등과 같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가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러므로 그에게서 이탈리아가 얻을 교훈은 없다"고 비꼬았다.
그는 앞서 프랑스가 이탈리아와 접경지대에서 때로는 가혹하게 여성과 어린이가 포함된 난민들을 되돌려보내고, 인권 우려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파리의 대규모 난민촌을 폐쇄한 사례 등을 들어 마크롱을 '위선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살비니 장관은 이 밖에 난민이 처음 도착한 곳에서 난민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해 이탈리아 등 지정학적으로 아프리카와 가까운 남유럽 국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는 더블린 조약이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난민 행렬의 근본적 억제를 위해 난민들의 출발지인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약을 체결하는 방안 등도 재차 주장했다.
그는 "다른 유럽 국가들은 이탈리아가 (난민 수용을 위해)한 일의 절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유럽 주변국들이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할 것도 요구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탈리아를 홀로 남겨둘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며 "이제 스페인, 프랑스 등 관용을 논하는 모든 나라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U에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잘 알려진 그는 그러나 이탈리아의 목표가 유럽을 떠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목표는 유럽에 남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탈리아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일부 규정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유럽이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주권을 존중하는 초기의 정신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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