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 고급인력도 전문 지식과 경험 살려 도전해볼 만"
"취업 자기소개서, 사소한 경험 하나도 어필되도록 써야"
(룩셈부르크=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의 강소국 룩셈부르크가 한국의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가운데 현지에서 이미 취업해 정착한 한국인들은 룩셈부르크가 해외취업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권장했다.
이들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 전 세계 1,2위를 다투는 룩셈부르크는 소득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비중이 커서 개방적이며, 우수인력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도 많아 도전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25일 룩셈부르크 시내 핀테크 인큐베이터 '엘호프트(LHoFT)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간담회에서 자신들의 정착과정과 룩셈부르크 취업제도의 특징, 취업 희망자에 대한 조언 등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룩셈부르크에 취업하게 된 동기는.
▲송성훈 키스와이어 인터내셔날 기술총괄팀장 = 지난 2016년 2월 한국의 고려제강과 이곳 철강회사가 조인트 벤처로 만든 자회사인 현재 회사에 R&D센터를 만들면서 이곳에 오게 됐다. 당시 EU가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마련한 '블루카드 취업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이곳에 취업했다.
▲김형진 발레보른 트랜스포츠 근무= 5년 전에 대학교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회사에서 1년간 인턴을 하고 나서 귀국한 뒤 취업을 준비하다가 한국에서 취업이 어려워서 다시 이곳에 입사했다.
▲최지원 딜로이트 컨설턴트 = 룩셈부르크의 한국 회사에서 일하다가 회계 공부 끝내고 회계사 자격증 취득한 뒤 영국계 금융회사에 취직했고, 지금 회사로 이직했다.
▲박승은 룩스코 컨설팅 법인 대표 = IT 보안 관련 한국업체의 룩셈부르크 지사로 파견 근무 하던 중 본사가 프랑스 기업에 인수되는 과정에 지사의 일부를 인수해 IT분야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룩셈부르크에 외국인을 위한 일자리가 많은가.
▲최 = 룩셈부르크 거주자의 48%가 외국 국적자이다. 경력 조건만 갖추면 누구든지 기회가 많은 곳이다. 특히 금융업 비중이 GDP의 27.3%에 달해 수요가 많다. 우리 회사만 해도 70여 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일한다.
▲박 = IT 쪽도 취업 수요가 많다. 룩셈부르크는 과학이나 엔지니어링 분야가 취약해서 외국인력에 의존한다. 정부에서 외국인력의 유치를 적극 지원해준다.
▲송 = 룩셈부르크의 인구가 적다는 게 외국인에겐 이점이다. 룩셈부르크는 인구 60만도 안되는 지역이어서 노동력 공급에 한계가 있다. 고급인력도 부족하지만, 외부에서 오는 사람 말고는 3D업종의 일을 할 사람이 없다.
--블루카드 취업 비자 프로그램이 뭔가.
▲송= 내가 블루카드 프로그램을 통해 2주 만에 취업 비자를 받은 케이스다. 이것은 미국에서 전 세계 고급인력을 데려가기 위해 마련한 그린 카드 제도를 EU에 적용한 것이다.
--어떤 특징이 있나.
▲송= 블루카드 취업비자 대상은 고급인력이기 때문에 그동안은 평균임금의 1.4배 이상 줘야 했다. 기업에서 임금부담 때문에 활용을 안 하니까 일부 분야의 임금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일례로 룩셈부르크에서 일반 블루카드 대상자는 매년 약 7만4천유로를 급여로 지불해야 하는데 수학자, 보험 계리 및 통계학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웹·멀티미디어 개발자/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 데이터베이스 디자이너 및 관리자, 시스템 관리자, 컴퓨터 네트워크 전문가 등은 최소 연봉을 6만 유로 정도 주면 된다.
또 블루카드 취업 비자 기간은 최소 36개월이고, 회사에서 원하면 60개월까지도 가능하다.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준으로 그동안 학위와 5년간의 경험을 요구했는데, 지난 2016년 개정하면서 교육수준과 기술수준을 동등하게 간주하도록 했다. 고경력자도 고학력자에 준하게 블루카드 혜택을 줌으로써 제3국 고급기술자를 더 많이 확보하려고 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직장에서 명예퇴직이나 조기 퇴직한 이후 (장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분들도 자신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살려 블루카드 프로그램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블루카드 취업비자의 장점은 뭔가.
▲송= 비자취득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 일반 비자취득에 6개월이 걸리는데 블루카드 비자는 2주면 된다. 외국에서 취업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큰 메리트다.
블루카드 네트워크도 장점이다. 블루카드 네트워크에 내 이력과 졸업증명서, 경력증명서 등의 파일을 올리면 그쪽에서 나에 대해 조사한 뒤 풀 단에 등록해준다. 그러면 내 이력을 본 기업들이 채용하기 위해 연락을 준다. 굳이 내가 기업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이 네트워크는 전 유럽에 적용되기 때문에 나에게 연락을 준 기업 중에서 원하는 국가나 지역의 기업을 택하면 된다.
--블루카드 취업비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은.
▲송 = 자기 CV (이력서)를 잘 써야 한다. 내가 가진 경쟁력을 충분히 표현해야 한다. 본인이 한국에서 여러 업무를 경험했고, 여러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겸손하지 않게 표현해야 한다. 사소한 경력 하나라도 충분히 어필해야 한다.
--룩셈부르크의 창업 환경은 어떤가.
▲박 = 기술투자이민의 경우도 비자 발급이 다른 EU 국가에 비해 빠르고 간단하다. 실현 가능한 비즈니스 플랜이 있으면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다. 이곳에는 엑스폰 캐피탈이라는 큰 벤처캐피탈이 있는데, 룩셈부르크에 유럽법인이 있는 경우에 한 해 세계의 ICT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이는 좋은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이 여기에 법인을 설립한 후 룩셈부르크의 자본을 이용해 더 큰 유럽시장으로 진출할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창업 때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에 들어오면 비용도 많이 안 든다.
▲송 = 룩셈부르크의 IT 부분은 가능성이 크다. 한국 IT분야에 있는 분들이 들어와서 모태가 되는 씨앗 기업을 만들면 그다음에 다른 사람들이 오기 더 쉬워진다.
최근 이 시스템으로 가장 많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인도 사람들이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네트워크, 컴퓨터 수리하는 사람들 이름 들어보면 대부분 인도 사람들이다.
--고급인력이 아닐 경우엔 취업이 어려운가.
▲최 = 고급인력이 아니면 우선 비자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만 한번 비자를 받으면 이를 연장하기는 쉽다. 또 일단 진입하면 그 후엔 이직하기도 쉽다. 전문성이 있으면 언어 문제는 큰 장벽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외국 학생에게도 인턴 기회가 많이 주어지나.
▲김 =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대학 교수님이 이곳 회사 임원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어 인턴으로 추천받았다. 당시 이 회사는 한국과 협력사업을 모색하던 때였다. 비EU 출신 인턴은 내가 유일했다.
▲박 = 회사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턴을 많이 고용하고 있지만, 인턴은 학생으로 등록된 사람을 우선 채용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회계나 감사, MBA 과정 등 저렴한 영어 단기 석사과정에 등록해 실용학문을 습득한 뒤 학생비자로 1~2년 인턴을 하고 나서 이곳에서 취업을 노려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인도 학생들이 이런 방식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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