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금연조례 무력화?…도쿄서 물담배 전문점 각광

입력 2018-06-30 07:00  

음식점 금연조례 무력화?…도쿄서 물담배 전문점 각광
"이국적 취미"로 젊은층에 인기, 도쿄도내 50여곳 성업중
'끽연목적 점포' 인정되면 '흡연난민 피난처'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동이 발상지인 '물담배'가 일본에서 갑자기 각광을 받고 있다.
담배연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어 이국적인 취미를 동경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피운다.
도쿄도(東京都)가 종업원을 고용하는 모든 음식점의 흡연을 전면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한 게 일반인들이 갑자기 물담배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도쿄도 무사시노(武藏野)시 기치조지(吉祥寺)에 있는 카페 '하치그램'은 음식물 반입이 가능한 물담배 전문점이다.
소파나 좌석에 편안하게 앉아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거나 PC 작업을 하는 등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한가지 공통점은 모두 막대기 모양의 파이프 같은 기구를 하나씩 손에 쥐고 있다는 점이다.
물담배는 전용 기구로 담뱃잎을 가열해 나온 기체를 일단 물에 통과시킨 후 파이프로 흡입한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런 전통적인 흡연법을 '시샤(shisha)'라고 부른다. 물담배는 미국을 비롯한 비중동권 국가에도 확산하기 시작했다.


담뱃잎에 과일이나 바닐라 등 여러 가지 맛을 섞을 수도 있다.
하치그램에서는 200 종류 이상의 향기를 즐길 수 있다. 물담배 이용요금은 기구 1대를 빌리는 요금 900엔(약 9천원)만 내면 된다. 궐련과 달리 다 피우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카페에서 만난 신사복 차림의 오가사하라(22)씨는 취업활동 중인 대학생이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물담배를 피운다. 그는 "멋있다고 생각했다. 옆 사람과 이야기에 열중해 새로운 인간관계도 생겼다"고 한다.
사이토 다이지(21)씨도 "처음 왔지만 피우기 쉬워서 좋다.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물담배 사업을 시작한 지 4년 정도 된 세토구치 류노스케(??口?ノ介) 하치그램 점장에 따르면 물담배 전문점은 도쿄도내에만 50개 이상 있으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40석 정도인 이 카페의 좌석은 오후 7시쯤에는 만석이 된다.
정부와 도쿄도가 추진하는 흡연규제가 조용히 일고 있는 물담배 붐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도쿄도의회는 27일 종업원이 있는 음식점의 흡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간접흡연방지 조례를 통과시켰다. 조례는 2020년 4월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도쿄도에 따르면 물담배도 궐련과 마찬가지로 조례에 따른 규제대상이다.
다만 시가 바 등 끽연을 주목적으로 하는 점포는 면허를 받으면 점포내 흡연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치그램과 같은 물담배 전문점은 어떨까?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도쿄도와 후생노동성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시가 바와 마찬가지로 끽연을 목적으로 하는 점포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세토구치 점장은 이 업태가 인정되면 "미성년자 입장금지가 강화돼 건전하다는 이미지가 확산해 더 많은 고객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그동안 이국적 정서를 즐기려는 비흡연자들의 이용이 많았지만 물담배 전문점이 이대로 용인되면 흡연자도 이용하는 '흡연난민'의 새로운 피난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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