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소양 부족 우려"…국어·수학·탐구 모두 특정과목 쏠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이 발표되자 이공계열 희망 학생들은 수험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기초소양이 부족한 채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또 국어·수학·탐구영역 모두 선택과목이 있어 특정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9일 교육부 대입정책포럼에서 나온 2022학년도 수능과목 개편안을 보면 수학영역은 사실상 문·이과를 나눈 '분리출제' 형식을 버리고 공통과목과 필수선택과목으로 이원화된다.
공통과목 출제범위는 수학Ⅰ과 수학Ⅱ이다. 선택과목은 '확률과 통계' 또는 '미적분'이다.
2021학년도 수능의 경우 이공계열에 진학할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 출제범위는 수학Ⅰ, 확률과 통계, 미적분이다. 인문사회계열 희망자들이 치르는 수학 나형은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에서 나온다.
이공계열 희망 학생들이 확률과 통계, 미적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현 고1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는 수학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돼 온 '기하'가 빠지기 때문에 현행 수능과 비교하면 출제범위는 상대적으로 더 적다.
이에 비해 인문사회계열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2021학년도 수능에서 출제범위가 다소 늘고, 2022학년도부터는 이공계열 희망 학생들과 공통과목에서 경쟁해야 하므로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이과 통합이라는 새 교육과정의 취지를 고려하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교육과정을 고려하면 (분리출제 폐지) 방향은 맞아 보인다"며 "고교 문과 수학은 대부분 중학교 때 배운 것에서 한 단계 심화한 정도이고, 2022학년도 출제범위도 현 고3과 비교했을 때 단원 하나 늘어나는 정도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능 문제가 어려워지는 것과 출제범위가 늘어나는 것 중에 학생들에게 더 부담이 큰 것은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오히려 (통합출제가 되면 시험의) 난도는 조금 낮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실적으로 전공에 따라 요구되는 학습수준이 다른데도 시험을 통합하고 출제범위를 계속 줄여가는 것이 이공계열 학생들이 기초소양을 쌓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수학을 현행처럼 분리 출제하는 게 현실적으로 낫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대입정책포럼에 토론자로 참여한 진교택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는 ▲ 인문사회계열 희망 학생의 상대적 학습부담 증가 ▲ 이과계열 상위 학생 변별력 저하 ▲ 수능 미출제 과목의 고교수업 파행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그는 "인문사회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과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학습 내용과 수준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수학 단일형 출제안은 이를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불합리한 문제점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일부 상위권 대학의 자연계 모집단위에서는 수학 선택과목을 특정 과목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수학은 물론 과학분야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에서 새로 배우게 되는 통합과학은 수능에 포함되지 않고, 과학Ⅱ(물리Ⅱ·화학Ⅱ·생물Ⅱ·지구과학Ⅱ)가 2022학년도부터 수능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물리학회 교육위원장인 김진승 전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시험과목 축소가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함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보편 교육이 끝나는 고교 과정에서 배우는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을 모두 시험과목에 넣고 모든 학생이 치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별개로,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 모두 선택과목이 생기면 현 수능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불리는 선택과목 간 유불리 현상과 특정 과목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남윤곤 소장은 "학생들이 진학하려는 전공을 염두에 두고 평소에 본인이 좋아하는 과목에 집중하게 하려면 영어보다는 오히려 사탐·과탐을 절대평가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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