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에 대한 정부의 면허취소 여부 결정이 오늘 나올 예정이었으나 보류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토교통부는 미국 국적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불법적으로 등기이사에 올린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여부 결정을 내달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행 항공법령은 외국인이 국적 항공사의 임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에 면허취소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앞으로 2∼3개월가량 법리적 검토를 다시 하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등의 절차를 거친 다음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다만, 진에어의 이런 불법을 방치한 당당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토부가 면허취소 여부 결정을 뒤로 미룬 것은 잘한 일이다. 면허취소가 적법한지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면허취소를 강행했다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현민 씨가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간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일했으나 국토부는 한 번도 이를 문제 삼은 적이 없다. 이 기간에 진에어로부터 항공운수사업면허 변경을 3차례나 신청받고 발급을 해줬으면서도 일언반구의 문제 제기도 없었다. 그러다가 조 씨가 진에어를 떠난 지 2년 후에 뒤늦게 법률을 위반했다면서 면허를 거둬들인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직장을 잃을 수 있는 진에어 1천900명의 직원과 협력사 직원 1만 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상장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 2만4천 명에게 정부는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지난 8년간 법령을 잘 몰랐다가 뒤늦게 알게 돼서 거래정지,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자 하니 이해해달라고 할 것인가.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자신의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 면허취소를 무리하게 검토해온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행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고려한 정치적 행위라는 해석도 있다. 국토부가 이런 의혹을 씻어내려면 법리를 넓고 깊게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당시 국토부 직원들은 왜 이런 불법을 그대로 뒀는지, 알고서도 묵인한 것인지에 대해 검찰과 함께 밝혀내야 한다. 국토부는 2016년 2월 대표자 변경 신청 접수를 처리한 담당 과장과 사무관, 주무관 등 3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하는데, 과연 이들 일부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씌우는 게 합당한지도 의문이다.
죄를 지은 사람이나 법인에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 다만, 법 집행은 법령에 분명하게 맞아야 한다. 상황에 따리 이리저리 흔들려서는 안 된다. 조양호 일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다고 해서 진에어라는 계열사 법인과 그 직원들이 과도한 처벌이나 피해를 받는다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다. 국토부가 앞으로 2∼3개월 동안 충분히 검토한 뒤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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