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끊게 교사한 교주, 징역 5년형 1심 선고 불복해 항소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노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단 종교의 교주가 항소했다.
이 교주는 "자살을 결심하게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 드러난 교주의 행각은 목사였던 피해자를 저렇게까지 현혹할 수 있을지 의심케 했다.
검찰도 형량이 낮다며 항소, 사건은 최근 서울고법으로 넘어갔다.
1일 의정부지법 등에 따르면 A(83)씨는 2003년 대한예수교장로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뒤 부인 B(77)씨 등 가족과 함께 미국 뉴저지로 건너가 교회를 세웠다.
그러다 2010년 말 지인의 소개로 임모(64·여)씨를 만났다.
임씨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무명의 선지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A씨를 보자마자 "붉은 용(마귀)의 영이 있다"고 경고했다.
마침 붉은 용이 나오는 꿈을 꾼 적이 있던 A씨는 임씨를 믿었다.
평범한 주부였던 B씨와 딸 D(44)씨, 그리고 아들 역시 A씨가 그 뒤로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지 않자 임씨를 고마워하며 따랐다.
결국 A씨는 2012년 교회를 정리한 뒤 임씨와 함께 새 교회를 설립했고 신도들도 제법 늘었다.
이때부터 A씨의 가족에 대한 임씨의 간섭이 시작됐다. 집안 가구 배치, 벽지 색깔, 옷 색깔 등을 정해줬다.
2014년 임씨는 A씨의 가족과 신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미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니 한국의 가평 같은 산간지역으로 피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 가족은 부동산 등 재산을 처분한 뒤 임씨와 함께 가평으로 이주했다. 그러면서 전쟁 대비 물자를 사야 한다며 A씨의 재산을 사용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자 많은 신도가 떠났다.
그런데도 임씨는 이번 전쟁이 영적인 전쟁이었는데 기도 덕분에 승리했다고 속였고 A씨 가족은 이를 그대로 믿었다.
임씨의 간섭은 더 심해졌다.
하나님 말씀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A씨 가족의 TV 시청과 인터넷 사용, 전화통화 등을 금지, 외부와 차단했다. 밥도 식탁에서 먹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노인인 A씨 부부에게 아기처럼 순수해 져야 한다며 유아용 TV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거나 동화책을 읽게 했다.
붉은 용의 장난으로 A씨가 화장실을 오래 쓴다며 다른 신도에게 지켜보게 했다.
D씨가 부모인 A씨 부부를 '할아버지·할머니'로 부르게 하고 "이 더러운 붉은 용아 넌 우리 아빠가 아니야"라는 말까지 하게 시켰다.
그럼에도 임씨를 절대적으로 신뢰한 A씨 부부는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고마워했다.
지난해 10월 아들의 가출과 일탈 등으로 힘들어하던 A씨 부부는 "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고 임씨는 "하나님에게 가서 응답을 받아라"고 사실상 자살을 교사했다.
한 달 뒤 임씨는 A씨 부부의 딸 D씨와 함께 자살 장소를 물색한 뒤 A씨 부부를 차례로 데리고 나와 승합차에 태운 뒤 북한강 변에 버렸다.
A씨는 다음날, B씨는 4개월 뒤인 지난 3월 24일 각각 북한강 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결국 임씨는 자살교사 혐의로, D씨를 자살 방조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달 8일 열린 1심에서 임씨는 징역 5년, D씨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임씨는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어 부부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지배권이 있었다"며 "평소 자살을 생각하고 있던 부부가 최종적으로 자살을 결심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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