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지상주의 매몰된 유소년 축구, 제도 개선해야"
"국민신뢰 회복 위한 축구협회 인적 쇄신 필요"
![](https://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8/06/29/PYH2018062912980001300_P2.jpg)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고미혜 김경윤 최송아 기자 = 태극전사의 2018 러시아 월드컵 도전은 조별리그 마지막 독일전의 기적 같은 승리로 막을 내렸다.
세계 최강팀을 상대로 투혼을 보여준 선수들은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2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축구로서는 독일전 승리에만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19 아시안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등 새 도전을 눈앞에 둔 한국 축구를 위해선 유소년 축구 환경 변화와 K리그 활성화부터 바닥으로 추락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한축구협회의 쇄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월드컵 목표는 16강 진출이었으므로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독일전 승리가 이를 가릴 순 없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발생한 문제를 되풀이한 것이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졌다는 것은 결국 훈련 과정이나 사이클 조정의 실패다. 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국민의 냉소와 냉대를 뼈저리게 느꼈다. 30여 년간 현장 안팎에서 월드컵을 지켜보면서 이런 냉대는 처음이다.
아시안컵과 카타르 월드컵 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의 새 출발을 위해선 국민의 냉대와 냉소를 걷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 이류 수준으로 전락한 한국 축구를 다시 일류로 끌어올리기 위해 K리그 활성화가 필요하다. 프로리그가 활성화하지 않으면 좋은 선수 배출에 한계가 있다. 마케팅도 하고 경기 질도 높여야 하지만 스포츠 공정성 회복이 필요하다.
축구인들의 신뢰도 회복해야 한다. 초중등학교 지도자·학부모들의 호소를 들어야 한다. 학부모들은 허리가 휘고 지도자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회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가 경질하고 다시 신태용 감독을 선임하면서 이중으로 큰 비용을 썼음에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현장 지도자들로서는 협회에 반감을 품을 수밖에 없다.
독일전 승리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협회의 과감한 인적 쇄신과 제도 개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혁명적 조치가 필요하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8/06/28/PYH2018062803010001300_P2.jpg)
▲ 김대길 KBSN 해설위원
독일전으로 위안을 얻었지만 내용을 보면 세계 무대에서 원하는 성적을 거두기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가 든다. 카타르 월드컵 예선부터 걱정스럽다. 장기적 목표를 갖고 변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키워드로 나오는 '체력, 압박, 투혼' 이런 것만 갖고는 전술적 제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술이라는 키워드가 더해져야 한다.
유소년 육성 정책과 K리그 콘텐츠 강화 크게 두 바퀴를 같이 돌려야 한다.
유소년은 중장기적으로 일원화가 필요하다. 유소년 정책이 여러 갈래로 펼쳐져 있고 각기 프로그램이 다르다. 아이들이 일관성 있게 어릴 때부터 성적 스트레스 없이 축구를 즐기면서 기술을 익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협회 등에서 외국의 우수 프로그램을 모르지 않지만 현장과 충돌이 많이 생긴다. 지도자 생계 문제가 있다 보니 학교 체육을 중심으로 육성시키는 체질 자체를 바꿀 수가 없다. 결국 성적 우선주의가 되는 것이다.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장 충돌이 덜 생기면서 10∼15년 장기 플랜으로 실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교 팀이 줄어들고 클럽이 늘어나는 건 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물길이 바뀌는데 협회가 고집을 버리지 않으면 미래는 어두워진다.
K리그도 '거길 왜 가느냐' 하는 콘텐츠가 돼 버렸다. 계속 이러면 고사하고 대표팀에도 문제가 생긴다. 구단들도 일본이나 유럽에서 배워와서 접목해보려고 하는데 기업·정치 상황에 따라 연속성 갖고 정책 펼칠 수가 없다. 연맹이 결단을 내려서 핵심을 찌르는 제도 변화를 줘야 한다. 결국 지역민들이 주인이 되는 구단으로 뿌리내려야 한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cms/2015/02/24/01/C0A8CA3C0000014BBA9388E4000052A3_P2.jpeg)
▲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1998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가 생각났다. 당시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의 전력이 매우 좋아 대다수 선수가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며 경기를 치렀다. 심리적인 문제가 생기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모든 능력을 경기에 쏟을 수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1차전 스웨덴전과 2차전 멕시코전에서 제 실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상당한 부담감과 압박을 느끼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부 팬들은 도를 넘는 비난과 부정적인 의견을 던졌는데, 이런 배경이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대표팀을 바라보는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 최소한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선 비난보다 응원과 격려를 해주려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물론 선수들에게도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보다 기술적으로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대일 돌파 능력과 창의적인 플레이, 정확한 크로스 능력 등이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떨어졌다. 월드컵에 출전하면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 그 이상을 해야 한다.
선수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협회 등이 나서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 성적지상주의와 진학에만 매몰된 유소년 축구의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 한준희 KBS 해설위원
한국 축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선수들의 기본기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좋은 지도자의 양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 지도자들이 눈앞의 성적에만 구애받지 않고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체계적인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영국 등의 외국인 지도자 영입을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7/08/12/PYH2017081203640001300_P2.jpg)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