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정부가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전임 총리 일가에게서 압수한 2천500억∼3천억원대의 사치품과 현금을 국고로 환수하기로 했다.
30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림관엥 말레이시아 재무장관은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현금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림 장관은 500억 링깃(약 13조8천억원)에 이르는 국영투자기업 1MDB의 손실을 고려하면 "이는 빼돌려진 나랏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MDB는 나집 전 총리가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이다.
지난달 총선 참패로 권좌에서 쫓겨난 나집 전 총리는 1MDB를 통해 45억 달러(약 5조원)가 넘는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반부패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나집 전 총리 일가의 집과 아파트를 압수수색해 9억1천만∼11억 링깃 상당의 보석류와 명품핸드백, 고급시계, 다량의 현금과 외화를 발견했다.
나집 전 총리 측은 압수된 물품은 오랜 기간에 걸쳐 받아온 '대가성 없는 선물'이고 현금과 외화는 당 비밀자금이라면서 이를 돌려받기 위해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에선 로스마 여사가 1억원 남짓인 남편 연봉 외엔 알려진 소득이 없으면서도 다이아몬드와 명품백 수집을 취미로 삼는 등 사치행각을 벌인 점을 들어 1MDB 횡령자금이 여기에 쓰였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나집 전 총리를 소환 조사한 뒤 돈세탁과 횡령 혐의로 기소할 것을 검찰에 권고했으며, 이달 초에는 로스마 여사 역시 소환해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진술을 청취했다.
말레이시아 경찰 역시 조만간 나집 전 총리와 로스마 여사를 자금세탁 등 혐의로 불러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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