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주가지수 연초 대비 7%대 낙폭…주식펀드에서만 56조원 유출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올해 상반기 신흥국들은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통화, 주식, 채권 시장이 한꺼번에 휘청이는 삼중고를 겪었다.
이들 신흥국은 구제 금융을 받거나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기의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하반기에도 무역 갈등, 국제유가 상승, 달러화 강세 등 리스크 요인이 산적해 있어 불안감이 진정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JP모건 신흥시장통화지수(EMCI)는 지난달 29일 64.522까지 내려 연초보다 7.47% 떨어진 채 상반기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4.39%, 하반기 1.25% 각각 오르며 상승 곡선을 이어가다 올해 들어 내리막으로 돌아선 것이다.
국가별로는 신흥국 통화 위기의 중심인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최대 피해를 봤다. 페소화 환율은 지난달 29일 달러당 28.93페소까지 치솟아 연초보다 57.2%나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가 반 토막 났다는 뜻이다.
인도 루피화도 지난달 28일 달러당 69.0925루피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반기를 마감했다.
이 밖에도 터키 리라, 브라질 헤알, 러시아 루블 등이 가파른 가치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상반기 신흥국 증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신흥시장 중대형주 주가를 집계한 MSCI 신흥시장(EM) 지수는 지난달 29일 1,069.52로 마감해 연초보다 7.6% 내린 채 상반기를 끝냈다.
세계 22개 신흥시장 중대형 기업의 주가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FTSE 신흥지수도 연초보다 8.04% 내린 520.71로 상반기를 마쳤다.
신흥국 채권 시장의 지표인 EMBI 글로벌 신흥시장 벤치마크 채권 지수는 지난달 29일 765.69로 마감해 상반기 5.23% 낙폭을 기록했다.
신흥국 금융 시장이 흔들리자 외국인 투자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집계에 따르면 1∼6월 신흥시장 주식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이 502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 동기의 423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신흥시장에 드리운 불안감이 짙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발렌타인 반 뉴번하인은 "미국 금리 인상, 달러화 강세, 유가 상승, 무역 갈등 고조 등이 뒤섞이면서 외국인 투자가 신흥시장에 머물만한 요인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에서도 코앞에 닥친 악재는 달러화 움직임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금리 인상 예상 횟수를 3회에서 4회로 늘려 잡아 달러화 강세에 불을 지폈다.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평가한 DXY 지수는 지난달 29일 94.47로 연초보다 2.55% 상승했다.
더구나 지난 5월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작년 동기대비 2.0% 상승, 6년 만에 처음으로 연준의 인플레 목표에 도달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미 국채 금리 강세도 신흥시장을 압박 중이다. 미 10년물 금리는 지난 5월 3%를 돌파하며 7년 만의 고점을 찍었고 지난달 말에도 2.8%를 웃돌았다.
이들 요인은 특히 해외 차입 의존도가 높은 터키, 아르헨티나 등에 직격탄이 된다.
하지만 하반기 신흥시장에 반등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터키에서는 리라화가 여전히 압박을 받겠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으로 달러 대비 5∼10%가량 오를 수 있다고 UBS 은행의 신흥시장 CIO인 조지 마리스칼은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고, 금리 인상과 무역 갈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하반기 신흥시장 주가가 10∼1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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