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승인으로 계약 발표만 남아…미국과 물밑 '신경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가 미국의 우려와 압박 속에서도 러시아산 첨단 미사일 방어체계인 S-400 '트리움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현지시간)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국방부 장관이 주재하는 방위물자구입위원회(DAC)는 지난달 28일 S-400 도입 계약과 관련해 러시아와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세부 이견 사항을 승인했다.
인도 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로써 S-400 도입 승인 건은 재무부와 내각 안보 회의로 넘어가게 됐다"며 "이제 최고 정치 지도층이 실제 계약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16년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S-400 도입에 합의한 후 관련 계약이 이제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 모양새다.
이번 계약 규모는 3천900억루피(약 6조3천500억원)로 추정된다.
그런데 공교롭게 이번 DAC는 미국이 지난달 27일 양국 국방·외교 장관급 회담(2+2 회의)을 다음 달 6일로 미루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 열렸다.
미국 측은 "인도와 관계없는 다른 이유"로 2+2 회의를 연기했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인도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막기 위해 압박용으로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DAC는 인도가 미국의 이런 공세에 대해 반격하며 신경전을 펼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은 S-400 미사일을 도입하려는 나라에 대해 직간접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무기체계와 연계 운용성에 미칠 영향 등을 이유로 터키의 S-400 도입 결정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미국은 터키에 대해 미국의 러시아 제재 규정을 적용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S-400 방공미사일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이다.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과 전술탄도미사일, 군용기 등을 모두 요격할 수 있다.
한꺼번에 100개의 표적을 추적할 수 있다. 동시에 6개의 표적을 격추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춰 최고 수준의 방공미사일로 평가받는다.
인도는 원자력발전소와 주요 정부 기관 등 핵심시설 방어, 파키스탄과 중국의 핵탄두 장착 탄도미사일 요격 등에 S-400을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현재 인도의 최대 무기 공급국이다. 2013∼2017년 동안 인도는 전체 무기 수입의 62%를 러시아에 의존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각각 15%와 11%로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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