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호퍼 장관, 메르켈에 반기…기사-기민당, 68년 동맹관계 위기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 유럽연합(EU) 정상들의 합의 도출에도 난민문제를 둘러싼 독일 대연정 내 갈등이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연정 내 한 축인 기독사회당(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난민정책을 놓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타협점 찾기에 실패, 대표직과 장관직을 모두 내놓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제호퍼 장관은 1일(현지시간) 당 간부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메르켈 총리가 최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을 놓고 장시간 논의한 뒤 사임 의사를 꺼냈다고 언론들이 당내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제호퍼 장관은 이 자리에서 메르켈 총리와 전날 만났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EU 28개국 정상들은 지난달 29일 오전, 마라톤 회의 끝에 합동난민심사센터 신설, 역내 난민 이동 제한 등에 합의하면서 이견을 봉합한 바 있다.
제호퍼 장관은 그동안 메르켈 총리를 향해 다른 국가에 먼저 도착해 망명 신청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경에서 돌려보내는 방안에 동의하든지, 아니면 EU 정상회의에서 이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1일까지 내놓으라고 최후통첩성 요구를 했다.
메르켈 총리로서는 그리스와 스페인을 포함해 14개 EU 회원국과 제호퍼 장관의 요구대로 합의했다며 달래기에 나섰으나 별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이민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다른 회원국들에서도 그대로 진행되고 있어, 이번 EU 정상회의의 합의 내용이 구체성 없이 모호하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제호퍼의 사임 의사와 관련해 기사당 내 고위 인사들은 "사임을 수용할 수 없다"며 만류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기민당) 측은 메르켈의 입장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기존 방침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제호퍼 장관은 일단 2일 예정된 기사당과 기민당 양당 회의에 참석한 뒤 자신의 진로에 관한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독일 dpa통신은 전했다.
현재로는 기사당이 기민당과의 연정에 남기로 하면서 제호퍼 장관을 대신할 인물을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
설사 기사당이 제호퍼 장관을 대신할 인물을 내놓더라도 당의 기존 입장이 유지된다면 68년 간 계속돼온 두 당의 동맹관계가 깨지고 대연정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둔 기사당은 반이민과 반이슬람을 앞세워 약진하고 있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뒤질 것을 우려, 메르켈 총리에게 더욱 강력한 이민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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