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관련자 10명 검거…기상청 공무원 등 발주처에 뇌물 제공 혐의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대학 산학협력단 교수가 10년간 연구용역비 수십억원을 가로채고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배임, 뇌물공여, 배임증재 등 혐의로 서울지역 모 대학 산학협력단 산하 연구소 본부장 김 모(52) 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2008년 1월부터 작년 4월까지 허위 직원을 연구소에 등재한 뒤 급여를 돌려받거나 실제로 수행하지 않은 연구용역을 허위로 신고하는 등 수법으로 875차례 연구용역비 21억여 원을 가로채 개인적으로 쓴 혐의를 받는다.
그는 연구소 본부장에게 직원 선발과 운영 등에 관한 실질적 권한이 주어지는 점을 악용, 지인 등을 연구소 직원으로 허위 등재하고서 급여를 산학협력단에 청구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지인이 운영하는 다른 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준 것처럼 허위 신고하는가 하면, 이름뿐인 '페이퍼 연구소'를 만들어 용역계약을 한 뒤 실제 용역 수행은 대학 연구소에 맡기는 수법으로 용역비를 챙기기도 했다.
연구용역은 대부분 사업 시행에 드는 원가와 마진 등을 산정해 적정 금액을 책정하는 주제로, 발주처는 기상청 등 정부·공공기관이 대부분이었다. 김씨는 용역 수주를 위해 발주처에 뇌물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09년 2월부터 작년 5월까지 자신이 속한 대학 연구소에 연구용역을 계속 맡겨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기상청 공무원 2명 등 발주처 관계자 3명에게 현금과 술 접대 등 뇌물 6천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의 지시를 받은 연구소 팀장 2명은 봉투에 현금을 넣고 이를 다시 종이가방에 넣은 뒤 해당 기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뇌물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기상청 공무원 등 뇌물수수 피의자 3명과 뇌물 제공에 관여한 연구소 팀장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2014년 6월 치러진 제1회 국가공인 원가분석사 자격시험 채점위원으로 위촉되자 답안을 사후에 직접 수정, 해당 분야 문외한인 친동생을 합격시킨 혐의(국가기술자격법 위반)도 받는다.
경찰은 당시 채점위원장도 해당 분야 지식이 없는 딸의 답안지를 수정한 사실을 확인해 함께 입건했다.
경찰은 김씨가 2008년 5월부터 작년 5월까지 특정 분야 용역을 수주하고자 토목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증을 불법으로 빌리면서 자격증 소지자들에게 매년 350만∼500만원을 지급한 혐의(국가기술자격법 위반)도 확인했다.
경찰은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등이 용역을 발주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관련 부처에 제도 개선을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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