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다음 달 초 퇴임하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선수(57) 변호사와 이동원(55) 제주지방법원장, 노정희(54) 법원도서관장 3명이 임명 제청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이들은 국회 법사위 청문회와 본회의 등의 절차를 통과하면 8월 2일부터 대법관으로 일하게 된다. 세 후보의 출신과 경력으로 볼 때 그간 대법관 인적 구성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색채가 옅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진보 성향의 김 변호사는 사법시험 합격 후 1988년부터 노동·인권 사건 변호를 주로 맡아온 순수 재야 법조인이다. 진보 성향 변호사 모임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창립 멤버로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판·검사 경력이 없는 대법관 후보는 대법원 역사상 그가 처음이라니 '파격 발탁'이라 할만하다. 이 법원장은 1991년 판사 임용 후 재판 업무를 줄곧 담당해 재판 실무에 능통하고 법리에 밝다는 평이다. 2016년 4월 서울고법 행정6부 부장판사로 재임할 당시, 앞서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의원직 상실이 당연하다며 이들의 항소를 기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성 판사인 노 관장은 종중 구성원의 범위 관련 재판에서 종중의 현대적 의의와 민법상 성·본 변경제도의 취지 등을 종합 검토해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한 자녀는 어머니의 속한 종중의 일원이란 판결을 내려 눈길을 끈 인물이다. 그가 대법관이 되면 김소영·박정화·민유숙을 포함에 4명의 여성이 현직 대법관으로 활동하게 된다. 전체 대법관 14명(대법원장 포함) 중 4명이 여성인 것도 대법원 사상 최초다. 3명의 후보가 역대 대법관들이 필수적으로 거친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전무하다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두고, 사회정의의 실현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은 물론 공정한 판단 능력과 전문적 법률적 지식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외양으로만 보면 이번 제청은 김 대법원장이 강조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등 일부 기준에 부합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지난해 9월 대법관 경력 없이 춘천지방법원장에서 곧바로 대법원장에 파격 기용된 그의 대법원 쇄신 의지도 읽힌다. 하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김 변호사와 노 관장이 과거 활동과 경력을 문제 삼아 "정치적으로 편향된 후보"라며 "코드 인사를 중단하라"고 반발한 것은 향후 국회 청문회 등에서 논란을 예고한다.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가치관도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꼭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데는 기존의 '서오남' 중심 대법관들의 시각과 판단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세 후보에 대한 국민 관심이 큰 만큼 대법관이 되면 판결 혁신에 큰 활약을 해주기 바란다. 직전 양승태 사법부 시절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대법원 산하기관인 법원행정처가 중심이 돼 '재판 거래'와 법관 사찰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법원에 대한 불신도 극에 달한 상황이다. 3명의 후보가 새 바람을 일으켜 사법 불신 해소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