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부정등록·몰타 수역 불법 침입 등 혐의에 결백 주장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약 1주일간의 정처없는 기다림 끝에 지난주 몰타에 비로소 닻을 내린 독일 비정부기구(NGO)의 난민구조선 '라이프라인'의 선장이 선박 부정 등록 등의 혐의에 소명하기 위해 몰타 법정에 출석했다.
이 배의 독일인 선장 클라우스-페터 라이쉬(57) 선장은 2일(현지시간) 몰타 수도 발레타 법원에서 열린 심리에 출두, 선박 부정 등록과 몰타 수역 불법 진입 등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결백을 주장했다.
몰타 검찰은 적법한 선박 등록이나 허가 없이 몰타 수역에서 항해한 혐의로 라이쉬 선장을 기소했다.
독일 NGO '미션 라이프라인'이 운영하는 이 배는 지중해 리비아 인근에서 난민 230여 명을 구조한 뒤 유럽으로 향했으나,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활동을 펼치는 NGO 선박에 대한 몰타와 이탈리아 정부의 입항 금지 조치에 가로막혀 엿새 넘게 지중해에 머물다 지난달 27일에야 몰타 발레타 항에 들어갔다.
몰타 정부는 당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다른 7개국이 이 배에 타고 있는 난민 수십 명씩을 분산 수용하겠다는 합의를 조건으로 '라이프라인'의 자국 입항을 허용했다.
몰타 당국은 이후 이 배를 압류하고, 선장을 불법 행위로 조사해 왔다.
이 배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난민 구조를 일임하라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의 지시를 묵살하고, 직접 구조에 나섬으로써 난민 밀입국업자를 결과적으로 돕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션 라이프라인'측은 이런 비난에 대해 난민들이 리비아에 다시 돌아가면 폭행, 고문, 강간 등에 직면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을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넘기는 것은 제네바협약 위반이라며 "우리는 국제법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라이쉬 선장도 이날 법정에서 "우리는 올바른 일을 했다"고 강조했다.
피고측 변호인은 심리 직후 기자들에게 "'라이프라인'과 라이쉬 선장은 남유럽 해안으로 몰리고 있는 난민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유럽연합(EU)의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선적으로 알려진 이 배는 또한 부정 등록 정황에 대해서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 배가 네덜란드의 요트 클럽에서 레저용 선박으로 등록됐기 때문에 구조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심리에서 법원은 라이쉬 선장을 1만 유로(약 1천300만원)의 보석금을 납부하고, 여권을 맡기는 조건으로 석방했다. 라이쉬 선장은 그러나 심리가 끝날 때까지 몰타를 떠나지 못하며, 매주 경찰을 방문해 소재를 확인받아야 한다.
한편, 라이쉬 선장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지중해 난민구조 NGO 회원들은 법정 밖에서 '난민구조선은 400여 명의 죽음을 막았다'고 적힌 대형 홍보막을 펼쳐 들고 몰타 정부에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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