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정보당국 핫라인 김영철 유력속 실무형 리용호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5일부터 7일까지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세 번째 북한 방문 일정이 확정되면서, 그의 북측 파트너에 관심이 쏠린다.
북미 양국은 지난달 12일 사상 첫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합중국 국무장관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당 고위인사 사이의 후속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명시했으나, 3일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출발을 이틀 남긴 시점에서도 북측은 카운터파트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측 '해당 고위인사'가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용호 외무상 중 한 사람일 것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어 보인다.
우선 그동안 폼페이오 장관의 공식 파트너로 활약해온 김영철 부위원장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내면서 CIA 전담팀인 코리아임무센터(KMC)를 통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관장하는 통일전선부를 카운터파트로 북미 당국 간 라인을 구축하고 물밑 조율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때문에 김영철 부위원장은 올해 한반도의 정세변화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기본 업무인 대남업무뿐 아니라 대미 협상 전반을 총괄해왔다.
김 부위원장은 앞서 폼페이오 장관의 두 차례 방북 때 별도 회담을 통해 현안을 논의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면담할 때에도 유일하게 배석했다.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을 유지하면서 '세기의 회담'으로 일컬어지는 북미정상회담을 끌어냈다.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한 데 이어 김정은 체제 들어 첫 고위급 인사로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특히 김영철 부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지난 1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간 접촉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직접 전달받았다.
이 접촉에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참석했다는 점에서 급이 맞지 않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중히 전달받는다'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그가 앞으로도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위한 북미간 협상에서 여전히 폼페이오 장관의 파트너로 활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사찰, 검증 등 비핵화 전 과정에서 북미간 협상이 꼬일 때마다 그가 고위급 협상의 전면에 나서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북측 파트너로 리용호 외무상이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그동안 북미간 대립 속에서 정상회담을 끌어내고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만큼 향후 실무적 성격이 짙은 북미 협상의 전면에는 리용호 외무상이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직책상으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외교 수장이고 리용호 외무상 역시 북한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 수장이어서 '정부 대 정부'의 공식 파트너에도 어울린다.
그는 올해 들어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북중·북미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하며 김정은 정권의 핵심 실세로도 파워를 과시했다.
더욱이 리용호 외무상은 과장 등 실무직에 있을 때부터 핵문제와 군축, 인권 등 대미 외교 전반을 다룬 자타공인 최고의 미국통이라고 할 수 있다.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에서 미국측 협상 대표로 폼페이오 장관을 못 박은 반면 북측 대표의 실명을 뺀 것은 김영철 부위원장 대신 리용호 외무상이 나설 수 있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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