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 "겉으로는 비핵화 동의하면서 무기·기반시설 숨길 것"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소한 현재로서는 완전한 비핵화 프로그램을 이행할 의도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CNN 방송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DIA는 위성사진, 도청, 인적정보 등을 활용해 이같이 분석했으며, 미국 다른 정보기관의 판단도 일치하는지 알기 위해 분석 내용을 회람하고 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비핵화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과제 리스트를 건넬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DIA가 김정은 위원장이 어느 정도의 비핵화에 공개적으로는 동의하겠지만, 실제로는 무기와 기반시설을 숨기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DIA의 이러한 분석은 북한 무기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역량보다는 김 위원장의 의도에 초점을 맞춘 것이며, 다른 정보기관들이 이에 동의한다면 이른바 '완전한 정보물' 혹은 보고서로 분류돼 정부 고위층에 보고될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현재 백악관이 DIA의 분석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처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정보기관들의 회의적 판단은 그동안 계속 유지돼온 것이라고 한 해외 정보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착수한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북한은 포기한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DIA가 북미정상회담 후 새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는 대신 핵탄두 및 관련 장비·시설 은폐를 추구하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최근 펴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한 바 있다.
이에 관한 CNN의 질문에 국방부는 보고서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미군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진전시키기 위해 외교관에게 여지를 준다는 목표를 갖고 한반도의 어떠한 위협에도 대처할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회의적으로 본다는 미 정보기관의 이같은 분석 내용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위해 세번째 방북을 준비하는 가운데 나왔다.
이는 김 위원장의 의지를 믿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내부 불만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북핵 문제 진전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CNN에 "정보기관들은 김 위원장이 선의로 움직인다고 보지 않는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공개적으로 북한에 대한 신뢰를 치켜세우는 것에 질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 역시 '내가 뭘 하든 미국은 이미 나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가 비핵화에 협조할 가능성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 내용 유출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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