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 유통시장 혁명'…위판장 거래 의무화 전격 시행

입력 2018-07-03 10:19  

'민물장어 유통시장 혁명'…위판장 거래 의무화 전격 시행
1999년 어획물 판매장소 지정제 폐지 뒤 부활…"제값에 거래한다"
양식어민 '반색'…인력·시설 확충, 홍보 강화 등 과제


(무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투명한 가격 정보가 없어 질서가 무너진 민물장어 유통시장이 혁명을 맞는다.
위판장 밖에서는 도매거래를 할 수 없도록 상장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이 시행돼 유통체계가 재편됐다.
◇ 위판장 거래 의무화…19년 만의 유통체계 재편
3일 전남도와 민물장어 양식 수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이런 내용의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수산물 유통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법제심사를 마치고 2일 공포됐다.
공포와 함께 시행된 규칙은 종묘용을 제외한 뱀장어(민물장어)를 위판장 외 장소에서 매매 또는 거래해서는 안 되는 수산물로 규정했다.
거래 정보 부족으로 가격 교란이 심하다는 인식에서다.
출하 단계의 도매거래에 해당하는 수산물을 대상으로 했으며 소매나 직거래 등은 제외했다.
규정을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2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이 필요하면 조치를 하기로 했다.
민물장어 위판장 거래 의무화는 2016년 12월 공포된 수산물 유통법 개정안에 따라 지난해 6월 3일 시행될 것으로 보였지만 1년 1개월가량 '낮잠'을 잤다.
그동안 쟁점으로 떠오른 위판장 운영 주체, 적용 범위 등이 규제·법제 심사를 거쳐 정리되면서 제도는 빛을 보게 됐다 민물장어는 1999년 어획물 판매장소 지정제도가 폐지된 뒤 19년 만에 의무 상장제에 따라 유통된다.
◇ "생산자, 소비자 모두 제값에 거래"…홍보 강화 필요
제도 시행을 바랐던 양식어민들은 "생산자는 손해를 보고, 소비자는 비싸서 사 먹지 못하는 모순된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크게 반겼다.
그동안 민물장어 등 내수면 양식어류는 대부분 장외에서 거래돼 소수 중간상인에 의해 시장이 사실상 휘둘려왔다.
양식어민은 소비 추세에 따라 널뛰듯 오르내리는 산지가격에 불안해하면서 중간상인의 거래 독·과점에 대응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출하하는 현상도 빚어졌다.
위판 의무화는 투명한 유통 흐름으로 가격 결정 구조와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자단체가 안전성 검사에서 합격한 민물장어만 출하해 소비처인 식당에 공급하고 원산지 표시를 명확히 하면서 소비자들은 알 권리를 충족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선택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국내에 3만t가량의 중국산이 수입됐지만, 식당에서 중국산으로 표기돼 팔리는 물량은 단 1마리도 없다는 게 민물장어 양식업계의 정설이다.
생산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서명운동 등을 통해 줄곧 제도 개선을 요구해 온 민물장어 수협은 영암 전국 위판장을 비롯해 경기 일산, 전북 고창, 전남 영광 등에 위판장을 마련하고 경매사, 중매인도 모집했다.

김성대 민물장어 수협 조합장은 "산지에서 은밀하게 이뤄진 거래와 일부 유통상인의 갑질로 도산 위기에까지 놓인 생산자를 보호하고 위판장을 통한 투명한 거래가 정착하면 유통비용도 줄어 중간상인에게도 득이 된다"며 "결국 생산자, 유통상인, 소비자 모두에게 상생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제도 정착까지는 인력·시설 확충, 제도 홍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제도 홍보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지속적인 위판장 현장 점검으로 의무 위판제가 조기 정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현재 전남의 민물장어 양식장은 모두 295곳, 115㏊로 면적 기준 전국의 58.1%를 차지한다.
sangwon7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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