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방향 따라 색 변화…풍뎅이 본뜬 공진기 개발

입력 2018-07-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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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방향 따라 색 변화…풍뎅이 본뜬 공진기 개발
KAIST·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 성과…"머리카락 굵기 수준"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미국과 멕시코 등지에서 주로 발견되는 글로리오사 풍뎅이는 빛의 방향에 따라 외피 색깔을 바꾸는 특성을 보인다.
빛이 왼쪽으로 원편광(원을 그리며 일정하게 진동하는 것) 하면 나뭇잎과 비슷한 초록색을 띤다.
반대로 오른쪽 원편광한 빛을 비추면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독특한 광학적 성질은 포식자를 피하는 자신들만의 통신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알려졌다.
글로리오사 풍뎅이가 편광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보이는 건 외피에 왼쪽으로 휘감아 도는 나선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이 나선 구조는 동일한 방향의 원편광 빛만을 선택적으로 반사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신현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한국화학연구원 김윤호 박사 공동 연구팀이 글로리오사 풍뎅이 외피를 본뜬 캡슐형 레이저 공진기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공진기는 특정 주파수 파나 진동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다. 예컨대 레이저를 활용한 의료 기기 제조나 재료를 정밀하게 자르는 커터 등에 활용한다.

캡슐형 레이저 공진기는 삼중 구조다.
중심부(코어) 액정 분자와 발광 분자 혼합물을 배향 층(액체)과 탄성 층(고체)이 겹으로 감싸는 형태다.
액정 나선 구조는 글로리오사 풍뎅이 외피처럼 편광 방향에 따른 반사 특성을 보인다.
특정 파장 빛을 제어할 수 있어서 보통의 레이저와 달리 거울 없이도 공진기를 구현할 수 있다.
캡슐은 머리카락 크기만큼 작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신현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캡슐형 레이저 공진기는 작은 크기와 높은 기계적 안정성을 가져 국부적인 영역에만 빛을 쏘는 치료용 기기에 쓸 수 있다"며 "자연에서부터 배운 기술을 공학적으로 재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엑스-프로젝트(X-project) 사업을 통해 수행했다.
이상석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논문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6월 22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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