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유괴범 오인' 5명, 집단 폭행으로 사망…왓츠앱 '루머' 원인
5월 이후 12명 이상 사망…당국, 인터넷 차단·캠페인 등 대응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에서 '온라인 헛소문'으로 인한 살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가짜뉴스 폐해가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다.
현지 언론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 주 둘레 지역에서 행인 5명이 마을 주민 40여 명으로부터 집단 폭행당한 뒤 사망했다.
피해자들은 여기저기를 떠도는 이들로 둘레의 한 마을을 지나며 구걸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다.
이들이 마침 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아동 유괴범이 이 지역을 돌아다닌다는 경고가 온라인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떠돌고 있었다.
마을 주민은 피해자들을 유괴범으로 오해했고 대나무 막대와 돌 등으로 집단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피해자들이 폭행당할 때 거의 3천명의 주민이 이들을 둘러쌌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현재 이번 사건과 관련해 23명을 체포했다고 CNN에 밝혔다.
문제는 최근 인도에서는 이처럼 온라인 헛소문이 실제 살인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다는 점이다.
지난달 트리푸라 주에서만 비슷한 이유로 두 명이 숨졌고, 5월에도 텔랑가나 주의 한 남성이 친척을 만나러 다른 마을을 찾았다가 그 지역 주민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끝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같은 달 타밀나두에서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던 50대 여성이 30여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5월 이후에만 인도 전역에서 '왓츠앱 루머'로 인해 12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가짜뉴스로 인한 폭력사태가 확산하자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 접속 차단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동원했다.
인도 동북부 트리푸라 주는 지난달 말 48시간 동안 지역 내 인터넷 접속과 휴대전화 메시징 서비스를 전면 차단한 바 있다.
당국도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아울러 왓츠앱도 단체방의 리더가 멤버의 메시지 포스팅 권한을 관리하게 해 무분별하게 루머가 퍼지는 것을 막도록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인도 인구는 13억5천만명으로 중국(14억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으며, 4억7천800만명이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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