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수 '대학원생 성추행' 실명확인 피해자만 7명

입력 2018-07-04 09:48   수정 2018-07-04 15:30

고려대 교수 '대학원생 성추행' 실명확인 피해자만 7명
성평등센터, 해당교수 징계요구…동료 교수들 "진심으로 사과"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고려대 성평등센터가 국어국문학과 K교수의 대학원생 성추행 의혹을 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 인정된다며 학교에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성평등대책위원회'는 "성평등센터 조사위원회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 이후 K교수를 상대로 한 직권조사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K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A씨는 지난 3월 페이스북 '미투 대나무숲'에 글을 올렸고, K교수는 '글의 논조를 보고 알았다'며 A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하며 만날 것을 요구했다.
두려움을 느낀 A씨는 학교 성평등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센터는 자체조사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도 K교수의 다른 성추행 의혹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성평등센터에 K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거나 K교수의 성추행을 목격했다며 알려온 학생은 20명이 넘었으며, 실명이 확인된 피해자는 7명으로 집계됐다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대책위는 "K교수를 징계하려면 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징계안을 발의하는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며 "고려대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K교수를 신속히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 처벌이 아니라 피해자가 공동체로 안전히 복귀했을 때 해결된다"며 K교수뿐만 아니라 학내 구성원의 2차 가해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들은 입장문을 내고 "학문의 장이어야 할 대학원에서 피해자들이 뜻밖의 폭력에 처했고, 각자 침묵 속에서 견뎌야 했다는 데 크나큰 책임을 느낀다"며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용기 내어 오래 곪은 문제를 고발한 이들이 학교에서, 학계에서, 사회에서 어떤 불이익도 당하지 않게끔 노력하겠다"며 "피해자들과, 피해자들을 위해 애쓴 학생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본래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과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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